"수주 잔고 1TW 넘었다"…SK이노베이션 중장기 전략 공개
"수주 잔고 1TW 넘었다"…SK이노베이션 중장기 전략 공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7.0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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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스토리 데이 열어…'파이낸셜 스토리' 발표
'Carbon to Green'…사업 중심축 이동
폐배터리, BaaS로 플랫폼사업에 활용
도시 유전 사업 모델 도입…순환경제 모델 강구
"CEO 평가에 '넷제로' 성과 반영"
"배터리·석유개발사업 분할 검토…나스닥·국내 모두 옵션"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 갈무리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 갈무리)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 데이' 행사를 열고 중장기 전략 계획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약 30조원을 투자하고 배터리 생산설비를 5년 내 200기가와트시(GWh)까지 확장한다는 포부다. 올해 1분기 176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배터리사업을 내년에는 흑자전환하는 한편, 2025년에는 배터리사업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TW) 이상이라고 공개하면서 글로벌 톱 배터리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밝힌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은 ‘Carbon to Green’이다.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올해 신년 경영 방침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 밝힌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 데이를 통해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 수주 잔고 1TW +α…배터리·분리막 글로벌 1위 도약한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TW +α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1TW 이상을 수주한 회사는 글로벌 상위 두 개사로 알려졌다. 지난달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의 CATL과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1TW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던 지난 2017년 5월 당시 60GWh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 130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 5월 있었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수주 잔고가 600GWh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 대표는 이어 “SK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며 “이것이 SK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이유이자 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 대표는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예상한다"며 "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배터리 핵심 소재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사업 자회사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재 14억㎡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운다는 포부다.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로써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의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021년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사업의 EBITDA를 2025년 1조4000억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 것"이라며 "(분리막사업을)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 폐배터리 재활용 특허 54건…BaaS 플랫폼사업으로 확장

폐배터리 재활용(BMR)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목표 아래 그동안 축적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 5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24년에는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도 개발해 육성한다. 배터리 생애주기를 연구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사업 등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SK렌터카와 협력해 장기 리스 차량 등에 디바이스를 장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배터리의 작동·오작동 환경을 분석하면서 안정성 관리와 잔존 가치의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고, 운송 사업자의 자산 매각에도 도움을 주는 등 데이터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차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 로봇 등으로 적용 영역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화석연료 사용에 흔적 남기지 않을 것"…순환경제 모델 도입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한다. 이렇게 탄생한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리사이클 기반 화학사업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성장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사장은 이어 "그간 자체 개발한 기술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한 역량을 토대로 2027년 기준 ▲국내·외 생산 플라스틱 100%(연간 250만톤) 재활용 ▲사용량 저감·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 100% 달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사진=SK입이노베이션)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사진=SK입이노베이션)

이와 함께 석유사업은 원유정제, 트레이딩 및 석유개발(E&P) 영역 등에서 탄소 발생 최소화를 중심으로 운영 체질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전 사업장을 저탄소·탈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고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증대한다. 또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다양한 방식들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석유사업이 보유한 주유소와 고객들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사업'과 친환경 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 '넷제로' 조기 달성…"기후 대응 성과, CEO 평가에 반영"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온실가스 ‘넷제로’(탄소중립)를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목표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 ESG 경영의 핵심은 환경으로 환경의 핵심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이 공표한 넷제로 로드맵은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다.

먼저 아시아 기업 최초로 Scope 1·2·3 배출량을 포함한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파리 기후협약의 1.5도 상승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감축을 진행해 전 계열사에서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석유화학사업의 매각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한 넷제로 달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중심 공정개선, 저탄소 제품 전환·탄소 포집 등 감축 기술 개발을 강력히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사진=SK이노베이션)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사진=SK이노베이션)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넷제로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 변화 대응 성과를 CEO(최고경영자)의 평가·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다"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 SK이노는 지주 역할 중점…"배터리·석유개발사업 분할 검토 중"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비전에 대해서도 밝혔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둔다. 그린 영역 내 연구·개발(R&D)과 신사업 개발, M&A 등을 통해 제2·3의 배터리·분리막(LiBS)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김준 총괄사장은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사업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현재 두 부문은 사업부 형태다.

김 총괄사장은 "물적 분할 방식이 될지, 인적 분할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터리 사업 분할이 이뤄진다면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된다"며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등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사업의 산지인 미국에서 나스닥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시사했다. 그는 "사업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상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나스닥 상장이나 국내 동시 상장도 옵션으로 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분사는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안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이사회의 ▲CEO 평가·보상·승계 등에 대한 의사결정권 보유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한 ESG 리스크 사전 검토 의무화 ▲글로벌 컴플라이언스와 사업 리스크의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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