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현대차’ 개막…배터리·중고차 ‘솔루션’ 낼까
‘정의선의 현대차’ 개막…배터리·중고차 ‘솔루션’ 낼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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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3세 경영에 돌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다. 그가 부회장직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이다. 수소연료전지차(FCEV)·전기차(EV) 등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도뿐만 아니라 ESG 경영에도 무게를 싣고 있는 정 신임 회장의 포부가 파이를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과 중고차 시장 진출 등으로 받은 눈총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정몽구 명예회장 이후 20년 만의 세대 교체

현대차그룹은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선임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정 신임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창업자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숭고한 업적과 경영철학을 승계하겠다면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신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신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영상 메시지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정 신임 회장은 1970년생으로 휘문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4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에 입사해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거쳐 2000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을 거쳐 2018년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기아차 대표 시절에는 디자인 경영을 앞세우면서 브랜드 강화를 이끌기도 했다.

■ 수소·전기로 모빌리티 시장 선도

아버지 정몽구 전 현대차그룹 회장의 ‘갤로퍼 신화’를 이어갈 정 신임 회장은 전날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 부지 4만4000m²에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 센터)를 세우기 위한 기공식을 열었다. 정 신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HMGICS의 비전인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간 중심의 밸류체인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HMGICS를 통해 구현될 혁신이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고 인류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신임 회장은 HMGICS를 통해 동남아 시장을 확보함은 물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시스템 개발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이 최대로 발휘되고 가치가 존중받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 센터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신임 회장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계 모빌리티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발표자로 나서면서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겠다”라면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 실적은 세계 4위다.

이어 같은 달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의 양산에 성공하고 이를 스위스 등 유럽에 수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를 수출했다. 정 신임 회장은 이를 통해 세계 승용차 시장과 상용차 시장 모두에서 수소차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879대의 수소차를 팔아 지난해 대비 59%가 성장했다. 수소차 시장 세계 1위의 성적이다.

정 신임 회장은 이 외에도 수소를 활용한 물류·유통 혁신과 수소 생산부터 운송, 소비까지 이어지는 고리를 플랫폼으로 만들어 수소 대중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도심항공기(UAM), 로보틱스 등 새 모빌리티 개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 ESG 경영 일보 전진…UN과 손잡기도

이 같은 정 신임 회장의 관심은 모빌리티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진행하는 사회 가치 축제 ‘SOVAC 2020’에 등장하는 등, 아버지 세대와 달리,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정 신임 회장은 이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며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해법으로 수소·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를 제공하고 사회와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회사가 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 도모, 공유가치 창출 등을 끌어내는 ESG 경영에 힘쓰겠다는 설명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신임 회장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유엔(UN) 산하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과 손잡았다. 현대차는 UNDP와 함께 진행하는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글로벌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 실적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317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꾸준히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 업계·소비자 불안 지속…'솔루션' 내놓을까

정 신임 회장이 이처럼 자동차 업계와 ESG 경영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장 그룹 앞에 놓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먼저 총 13건의 화제로 논란을 일으킨 '코나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이다. 현대차는 차량 사용자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발송하고 곧바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용자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땜질 처방이라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화한 것도 업계와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의 진출이 막혀있었다. 중고차 사업인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도 2017년 이로 인해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 지정 기한이 만료됐고, 동반성장위원회는 재심사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부적합 의견’을 냈다. 이후 위원회는 현재까지 결정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진출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거래 관행을 끊고 적합한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는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사업 범위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여타 사용자 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캐나다, 유럽, 인도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16만대의 중고차를 팔았다. 현대글로비스도 자동차 경매 시장을 운영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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