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상법 개정안 반대 의견 제출…소송 방어 비용만 10조"
전경련 "상법 개정안 반대 의견 제출…소송 방어 비용만 10조"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0.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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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남발 우려…법체계 문제도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정부에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정부 입법예고가 통과될 경우,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소송 비용이 징벌적손해배상 8조3000억원, 집단소송 1조7000억원 등 최대 10조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행 소송 비용 추정액(1조6500억원)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신규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에 쓰일 돈이 소송 방어 비용에 낭비된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지만, 실제로는 소송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국가를 상대로 한 지역 주민들의 소송에서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는 수백억원의 수임료를 얻었으나 정작 주민들은 평균 수백만원에 불과한 보상금만 지급돼 논란이 된 사례를 들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남발도 우려된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현행 증권 집단소송은 소송의 남용을 막기 위해 '3년간 3건 이상 관여 경력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정부의 집단소송법 입법예고안은 이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전경련은 "이처럼 변호사가 제한 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 소송을 통해 소송을 남발한 여지가 생긴 것"이라며 "집단소송 참가 비용이 낮고 패소로 인한 부담도 적은 것도 남소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정부 입법예고안에 따른 최대 피해가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막대한 소송 비용은 물론, 기존 행정 제재와 형사 처벌에 민사 처벌까지 ‘3중 처벌’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현재도 우리 기업들은 과중한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 민사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지고 무엇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입을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이 외에도 법체계상 영미 법계와 대륙 법계 처벌 방식이 혼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과 같은 영미 법에서는 민사적 구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징금, 과태료와 같은 행정 처벌이나 형사 처벌은 적은 반면, 집단 소송이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로 구제 한다.

영국은 남소를 우려해 공정거래 분야만 집단 소송을 도입하고 있다.

전경련은 "일본,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 법계 국가에서는 행정 처벌과 형사 처벌이 중심이기 때문에 집단 소송이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가 없다"면서 "만일, 대륙 법계 국가인 우리나라가 영미법 제도인 집단 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을 도입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처벌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제도실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정책 우선순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부 입법예고안처럼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할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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