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바꾸고, 미루고'... 섣부른 부동산 정책
'하루아침에 바꾸고, 미루고'... 섣부른 부동산 정책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8.08.3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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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책 내놓고, 간 보는 격...애꿏은 세입자‧지역주민만 피해"
최근 발표했던 전세자금대출 기준을 하루 만에 일부 변경하는가 하면, 당초 예정돼있던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을 갑작스레 보류됐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발표했던 전세자금대출 기준을 하루 만에 일부 변경하는가 하면, 당초 예정돼있던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을 갑작스레 보류됐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대책이 막 쏟아지고 있으나,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했던 전세자금대출 기준이 하루 만에 변경하는가 하면, 당초 예정돼 있던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이 갑작스레 무기한 연장됐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을 번복하자 ‘졸속정책’, ‘아마추어 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 ‘전세자금대출’ 하루만에 말 바꾸기

단 하루 만에 대출 기준이 바뀌었다. 금융당국이 무주택자에 한해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30일 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대출 보증 요건과 관련해 “무주택 세대에 대해선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9일 주금공은 10월부터 전세보증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이 넘는 가구는 사실상 전세자금 대출을 못 받게 됐다.

그러나 무주택 실수요자인데도 소득이 7000만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전세보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가혹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는 하루 만에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더라도 무주택자라면 전세보증을 종전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이 때문에 무주택 세입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러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채 졸속행정을 펼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목표인 투기수요 차단에서 벗어나 무작정으로 규제만 하려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러한 섣부른 부동산 대책을 꾸짖는 청원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정부가 정책을 먼저 언론에 발표하고 그 반응을 본 뒤 저항이 크면 안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간을 보지 말아달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 급브레이크 밟았지만 여전히 뜨거운 여의도·용산... '문제는 규제야'

이 같은 사례는 최근에도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스터플랜 발표가 임박했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며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여 깊이 우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용산과 여의도를 전면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잠잠했던 서울 용산과 여의도 아파트값이 치솟자 7주 만에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2006년 오세훈 전 시장때부터 여의도 통개발 계획으로 단지별 재건축도 못하게 하더니 이제와서 마스터플랜 계획까지 보류시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의도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45년이 훌쩍 넘은 여의도 아파트를 두고 이랬다 저랬다 자꾸 발목을 잡으니 지역 주민들의 반감도 상당하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여의도에 대한 기대치는 높고 매물은 없어 가격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이 과열양상을 띤 것은 개발계획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규제 남발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P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는 자꾸 다주택자에 집을 팔라 하지만 양도세 중과, 임대사업자 등록,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으로 인해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집주인들도 상당하다"며 "규제가 낳은 아이러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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