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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언] “사랑은 고난과 불행 속에서 증명된다”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지음 | 더숲 박세리 기자ldadawriting@whitepaper.co.krl승인2018.04.23 17: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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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가슴으로 이 시를 읽어보길 권한다.

한 민족 전체의 가장 힘든 해에/ 가장 힘든 계절의 가장 힘든 시간에/ 한 남자가 아내와 함께 빈민 구호소를 떠났다./ 그는 걸어서, 둘 다 걸어서, 북쪽을 향했다.// 그녀는 너무 오래 굶어 열이 났고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들어 등에 업었다./ 그렇게 서쪽으로, 서쪽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걸었다./ 밤이 내리고 얼어붙은 별 아래 도착할 때까지.// 아침에 그들 둘 다 죽은 채 발견되었다./ 추위 속에서, 굶주림 속에서, 역사의 부조리 속에서./ 그러나 그녀의 두 발은 그의 가슴뼈에 대어져 있었다./ 그의 살의 마지막 온기가/ 그녀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이반 볼랜드 <격리> 중 일부.

이 시는 <시로 납치하다>(류시화. 더숲. 2018)에 나온다. 시를 읽고 나면 “사랑은 고난과 불행 속에서 증명된다”는 류시화 시인의 전언을 이해할 터다. 가혹한 시대와 상황이 한 부부를 죽음으로 내몰고 두 사람을 ‘격리’ 시켰지만 죽는 순간까지 끝내 서로에게 격리되지 않은 실존 인물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다.

시 속 두 사람은 패더 오레어 신부의 자서전 <나의 이야기>에 나오는 실존 인물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1845년부터 7년간 이어진 감자 대기근으로 240만 명이 굶어 죽거나 난민이 되어 다른 나라로 향했던 아일랜드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때다. 구호소마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쳤다.

800년 동안 식민 지배를 하며 온갖 풍요로운 먹거리를 수탈했던 영국인들은 기근 중에도 식량을 공출해서 갔고 영국 정부는 창고가 넘쳐 나는데도 원조를 거부했다. 추위와 굶주림, 역사의 부조리 속에서 죽어가는 아내의 언 몸을 녹여주기 위해 그녀의 찬 발을 가슴께에 대어주던 남편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은 꼭 껴안은 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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