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들, 돈이면 `전쟁`도 대행서비스
민간기업들, 돈이면 `전쟁`도 대행서비스
  • 북데일리
  • 승인 2005.12.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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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 IDAS, 에어스캔, 론코, DSL, MPRI, 벡텔, 스타빌코, 에이비언트, 시크리츠, 수호이, ICI, PAE, 샌드라인, 메케, 마인데크, SCS, 다인코프, 하트그룹...

공통점은 이른바 `전쟁대행 서비스`를 주업무로 하는 민간군사기업들의 이름이다. 국제조사기자컨소시움(ICIJ)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110개 국가에서 최소 90개 이상의 민간군사기업들이 비즈니스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용역 상품을 파는 기업들로서 전투 활동과 군사전략 계획을 비롯 군사 훈련, 병참, 첩보와 정보전 등 모든 군사 관련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대기업이다.

지역분쟁이 극심한 아프리카의 경우 이들 기업은 장차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을 담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주장과 달리 일부 용병회사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98년 11월 시에라리온 혁명연합전선(RUF) 반군들은 `생명 초토화작전`을 벌여 민간인 학살과 약탈을 서슴치 않았다. 이 갖은 만행을 벌인 군대는 나이지리아군과 때때로 RUF를 공격하는 전투에서 전장을 급습하는 전투 헬리콥터에 탄 남아프리카 용범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수도 프리타운에서 나이지리아군을 지원하는 대형군수송헬기 몸체에는 미국 성조기가 그려져 있었다.

시에라리온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지원은 미 국무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인 ICI가 대신 임무를 수행한다. ICI는 나이지리아에서 미군 군사훈련프로그램을 도우며 리베리아와 아이티 등 최고 위험지역에서 평화유지임무를 수행한다. 이들 군사기업은 군사작전시 생명이 위험한 지역이나 미군이 개입돼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분쟁에 대신 참여한다. 군사기업의 비즈니스가 곧 미국의 대외정책을 수행하는 것이다.

민간군사기업의 등장은 냉전 종식 후 일반화된 군사 아웃소싱과 대리전 성격의 외교정책이란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한다. 이는 국방비 삭감과 군축실업자들이 민간부문으로 진출함에 따라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전투교전, 군사훈련, 정찰과 첩보, 지뢰제거 등 회사 별로 경쟁우위의 분야가 다르고 서비스도 다양하다. 전투기 편대와 조종사, 그리고 정비사와 지휘관까지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회사도 있고 왕족전담 경호 프로그램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대외 정책 연구 프로그램의 국가 안보 연구원이자 미국의 이슬람 세계 정책에 관한 브루킹스연구소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피터 W. 싱어는 자신의 책 <전쟁 대행 주식회사>(지식의풍경. 2005)는 지금까지 실체가 불분명했던 민간군사기업을 해부한다.

저자는 한 나라의 전쟁 판도를 순식간에 바꿔 버린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와 MPRI, 브라운 앤드 루트 등 민간 군사 기업 등을 통해 기업의 전쟁수행 실태와 산업의 규모로 커진 전쟁대행 사업을 파헤친다.

1991년 시에라리온에서 혁명연합전선이 일으킨 반란으로 시작된 내전은 남아공에 본부를 둔 민간군사기업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에 의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났으며, 크로아티아 내전 역시 MPRI에 의해 그 판도가 180도 달라졌다.

책을 읽은 한 독자(kmj1121)는 인터넷서점 예스24 서평을 통해 "전쟁대행사업 특성상 모든 경영활동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지는데도 불구하고 방대한 정보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책의 의의는 충분하다."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끝까지 애정을 갖고 이 책을 읽을 수 없었던 이유는 철저히 자본의 관점에서만 접근해 도덕적 성찰이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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