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작가, 싸움소 이야기로 한층 더 깊어졌다... ‘칠성이’
황선미 작가, 싸움소 이야기로 한층 더 깊어졌다... ‘칠성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9.29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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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이> 황선미 지음 | 김용철 그림 | 사계절
▲ 칠성이와 황 영감의 만남 (사진=사계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죽음의 차례를 기다리는 소들은 울부짖는다. 사방은 소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하고 그 가운데 갓 두 살이 된 얼룩무늬 칡소가 끼어 있다. 바로 칠성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신작 <칠성이>(사계절.2017)는 싸움소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목전에 둔 어린 칡소와 황 영감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부슬비까지 내려 더 스산한 그 날, 비옷을 걸친 황 영감과 몸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칡소 칠성이가 마주한다. 볼이 움푹하고 주름이 깊은 늙은이의 신중한 눈과 겁에 질린 칡소의 눈이 얽힌 순간이었다.

황 영감은 칡소를 죽음 직전에 집으로 데려간다. 칠성이는 인생의 절반을 소싸움에 건 황 영감이 가족이자 동지였던 범소를 잃고 새로 맞은 식구였다. 죽음을 직면했던 도축장의 경험을 몸에 새긴 칠성이는 황 영감의 살뜰한 보살핌과 훈련으로 서서히 남다른 싸움소로 자란다.

싸움소로 경기에 출전한 어느 날 몇 년 동안 모든 대회를 휩쓴 우승자이자 황 영감의 범소를 죽음에 이르게 한 싸움소 태백산을 만난다. 과연 칠성이는 승리할 수 있을까.

소재만으로도 긴박함과 에너지가 충분한 작품에 황 작가의 필력, 김용철 화가의 그림이 만나 살아있는 이미지를 만든다. 수소들의 기 싸움, 한낮의 모래판, 뿔이 맞닿으며 불거지는 소들의 근육, 이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술렁임이 가득한 경기장. 이 모든 이미지는 살아서 독자에게 전달된다.

무엇보다 싸움소 이야기를 통해 느껴지는 건 그들의 삶과 우리가 중첩되어 다가온다는 점이다.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결의 감정은 운명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아 싸움소로 거듭난 칠성이와 그 곁을 지키며 진한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황 영감을 통해 살아난다.

시의 매력이 여백이라면 황선미 작가의 이번 작품이 꼭 그렇다. 간결하고 여백이 많다. 그만큼 독자가 채워 넣는 감정은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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