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보면 키득키득 웃게 하는 책
읽다보면 키득키득 웃게 하는 책
  • 임정섭 북데일리 대표
  • 승인 2009.05.18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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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유머가 빛나는 '독한 여행기'

 

 


[북데일리 뉴스레터] 영감. 여러분들은 이 단어와 얼마나 친하십니까. 아침부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삶의 즐거움 중 하나는 영감을 얻는 일입니다. 공지영 식으로 말하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입니다. 깃털 하나가 흐르는 물 위에 내려앉을 땐 파문이 일진 않습니다만, 우리 마음에 앉을 땐 다릅니다. 극히 미세하지만 그 떨림 하나가 큰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반향은 다릅니다.

영감이란 깃털이 그렇습니다. "아 그렇구나"하는 순간, 생각의 전구에 반짝 불이 들어옵니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동아일보사)을 봤습니다. 예전에 사놓고 다 읽지 못한 책입니다.

이번 주 제가 출연하는 방송의 주제는 <웃음의 미학-재미있는 글쓰기>입니다. 대체 사람을 웃기는 글은 어떤 것일까, 분석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책, 어떤 대목에서 웃었는가를 찾아보는 일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었습니다. 빌 브라이슨 책은 재미있죠.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게 됩니다.

예컨대 이런 대목입니다.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는 장거리 종주에 나섭니다. 일상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극기 훈련이나 다름없습니다. 여행 중 '엉뚱한 여자' 등반객과 만납니다.

여자는 아주 수다스럽고, 특히 코를 야단스럽게 풉니다. 산 속 고지대라 가끔 귀가 먹먹해질 때면 코를 풀어서 기압을 맞춥니다. 두 친구는 그녀가, 그녀의 코 푸는 소리가 영 마음에 안 듭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빌 브라이슨의 친구가 여자에게 농담을 겁니다.

["나는 그렇게 하다가 한 쪽 눈알이 튀어나온 친구를 알고 있어."

그녀는 그를 미심쩍게 쳐다봤다.

"눈알이 떨어져 응접실 바닥에 굴렀는데, 개가 와서 먹어 버렸지. 맞지 브라이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지어낸 거지?"

"아니야. 그게 마루에 떨어졌는데, 아무도 손쓸 사이가 없이 개가 집어 가 한 입에 먹어 버렸어."

나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여 확인시켜 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당신 친구가 눈알 빠진 눈을 어떻게 했는지 말해 봐. 그가 유리 눈알이나 다른 것을 박아 넣었어?"

"그게 말이야. 걔는 그렇게 하고 싶었지.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그냥 탁구공에 눈동자를 그리곤 눈알로 사용했지."]

만약 이 대목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거두절미 한 까닭일 것입니다. 혹독한 행군 속에 간간이 나오는 이 같은 유머가 독서의 지루함을 없앱니다. 한 언론은 "브라이슨은 차갑고 축축한 슬리핑백에서도 유머를 이끌어낼 만큼 너무 재밌는 작가다."라고 평했습니다. 딱 맞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력추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영감이 왔습니다. 특정 직업이나 취미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책으로 펴내면 어떨까. 직업을 소개하는 일은 청소년들에겐 몹시 필요한 일이지만, 직업의 고뇌까지 담는 안내서는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체험-직업현장', 이런 류의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글 솜씨가 아주 중요하겠죠. <나를 부르는 숲>이 재미있는 이유는 탁월한 글 솜씨 때문입니다. 페이지 곳곳에 웃음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를 더 소개해보죠. 브라이슨은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결심하고 등산장비를 사러갔습니다.

거기서 그는 한가지 기막힌 사실을 알았습니다. 장비 값이 엄청 비싼데다, 모든 장비마다 그걸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추가 장비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점 때문. 이를테면, 슬리핑 백을 샀다고 하면, 그것을 집어 넣기 위한 주머니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답니다. 브라이슨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끝에 매우 비싼 그레고리 배낭을 결정했지요. 그랬더니 이런 질문이 돌아왔답니다.

"자, 이제 그 배낭을 묶을 끈은 어떤 걸로 살래요?" ]

각박한 요즘, 웃음을 자아내는 책이나 글과 만나고 싶군요. 혹시 미소를 머금고 읽었거나, 파안대소하게 했던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다른 독자랑 웃음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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