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한 외교관이 퇴직금으로 지은 박물관이 은은한 문화의 향기를 피우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중남미문화원이다. 중남미(혹은 라틴아메리카)는 미주대륙에서 캐나다와 미국을 제외한 멕시코와 중미, 카리브해역 및 남아메리카의 남쪽 끝 지점까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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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문화원의 이복형 원장은 중·남미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문화원과 박물관 설립을 꿈꿨고 그의 부인 홍갑표 여사가 설립자로 헌신했다.
그들은 정부의 지원없이 사재를 털어 이곳을 세웠다. 이 원장이 30년 간의 외교관 생활을 그만두었을 때 그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 박물관을 건립한 것.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모두가 자신들이 “좋아서, 미쳐서, 행복해서 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94년에 개관한 박물관에는 중남미의 독특한 유물과 공예품, 미술품 등 다양한 전시물들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96년에 고양시 ‘건축문화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로써 개인 소유가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97년에는 미술관을 건립했고, 야외에 조각공원과 마야벽화 전시공간과 종교전시관까지 갖췄다. 이곳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웠던 고대의 잉카문명과 아즈테카문명, 마야문명에서부터 오늘날의 중남미 문화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세월이 함께 묻어나는 전시품들은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전부터 봄비가 흠뻑 내리다 그친 19일(수) 오후, 야외의 싱그러운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무척 아름다웠다.
홍여사는 자서전 <지금도 꿈을 꾼다 태양의 열정으로>에서 말했다.
“문화는 나눔이다. 결코, 소유가 아니다.” (p.16)
나눔의 결과물이자 증거인 중남미문화원에서 중남미의 독특한 문화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이곳은 학회나 외교단체, 교육기관, 문화·예술계의 모임장소로도 제공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활용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