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30] '끔찍한 고문' 당한 철학자의 기막힌 전략
[책읽기365-30] '끔찍한 고문' 당한 철학자의 기막힌 전략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3.15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선 종교재판이 한창이었다. 가톨릭교회에선 이단자를 마녀사냥 식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도 그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갈릴레오는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하며 비인간적인 이 재판의 허구성을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 한마디로 그 심장을 찔렀다.

당시 갈릴레오에 비견할 수 없는 박해를 받은 이가 적지 않았는데, 철학자 톰마소 캄파넬라가 그중 한 명이다. 캄파넬라는 유물론을 추종했다. 기적과 천당, 지옥을 믿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53년 종교재판을 받고 투옥됐다.

그에게 가해진 고문은 잔혹했다. 기마 자세를 취하게 한 후 두 팔을 천장에 매달았다. 엉덩이 아래엔 대못이 잔뜩 박힌 의자를 두었다.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 결국 날카로운 대못 위로 주저앉게 되어 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고문은 캄파넬라에게 '전략'을 세우게 했다. 먼저 미친 척 했다. 그러자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감형된 뒤 지하 동굴에 갇혔다. 두 번째는 자신의 신념과 다른 속임수 글을 썼다. 그리스도 정교로 회개했음을 알리는 <스페인 군주제>란 책이었다. 책이 출판된 지 6년 후 그는 출감했다.

마지막 전략은 역설적인 복수였다. 당시 종교재판이 회부됐던 갈릴레이처럼 캄파넬라 역시 실제론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유를 얻고 나서 <무신론 정복>을 집필했다. 이단자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을 통해 맘껏 자신의 주장을 폈다는 사실이다.

캄파넬라는 이단자의 입장을 참신하고 열정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에 반박하는 가톨릭교의 논변은 진부하고, 지루하고 비논리적이었다. 결국, 이단자들은 그의 책을 보고 주장을 펼 수 있도록 잘 정리해준 셈이다. 결국 <무신론 정복>은 무신론자들의 성서가 됐다.

그러나 가톨릭교에선 더 이상 캄파넬라를 감옥에 넣지 못했다. 왜냐하면 책 속의 가톨릭 입장은 어쨌거나 자신들이 해왔던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권력에 순응하는 척 하면서 실제론 허를 찌른 대단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기술>의 저자 로버트 그린이 쓴 <권력의 법칙>(웅진지식하우스. 2009)은 권력과 전략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지난 3천 년간 최고의 권력자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발휘하는 48가지 통찰을 정리해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권력에 대한 추상적인 주장의 나열이 아니라, 사례를 통해 해설과 교훈을 담았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얻는 지혜는 유용하다. 이를테면 책을 읽다보면 고문으로 인해 상처투성이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 캄파넬라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과연 순교를 할 것인가. 아니면 사상을 숨기면서 교묘하게 펼칠 방도를 찾을 것인가. 선택은 너희 자유다. 그러나 나는 허구의 입을 빌려 진실을 말해야 하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온 몸으로 보여줬노라"

책은 권력과 돈, 사기와 탐욕 그리고 흥정의 필수불가결한 관계가 흥미롭다. 특히 권력 행사의 법칙에서 '상대의 허상과 싸우게 하라(거울의 법칙)', '가질 수 없는 것은 경멸하라'(무시 전략)는 부분은 쓴웃음을 머금지 못하게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