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아내의 죽음은 ‘무쇠몽둥이로 후려갈기운’ 느낌... 작가 이효석
[30초 책읽기] 아내의 죽음은 ‘무쇠몽둥이로 후려갈기운’ 느낌... 작가 이효석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1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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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신경림 (엮음), 최인호, 신영복, 김수환, 법정, 손석희, 이해인 지음 | 책읽는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평생의 반려를 잃은 비통함은 무엇으로 표현해도 다할 길이 없으리라.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은 비오는 날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아내를 잃은 지 석 달에 비 오는 날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 비는 사람의 마음을 모방하려는 것이다. 마음속에 비가 오듯 비도 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적시고 속으로 깊이 배어든다. 눈물 뒤에 슬픔은 한층 깊고 날카롭게 속으로 파고든다. 인생은 쓸쓸한 것─깊고 쓸쓸한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가장 행복스런 순간에도 느껴왔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 이 생각은 더욱 처량하게 마음속에 뿌리박히게 되었다. 인생은 정작은 쓸쓸한 것이니라. 깊고 외로운 것이니라. 그러나 어쩌는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러라는 마련이니까. (중략)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만이 사랑이다. 추억은 한층 안타깝고 서글플 뿐이다. 한 가지 진정제가 있다. 그것은 다시 유기체의 운명을 생각함이다” 이효석의 <한식일> 중 일부, <뭉클>(책읽는섬.2017) 중에서 재인용.

이 대목 외에도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절절함은 곳곳에 있다. 이효석은 ‘마음의 마지막 다다름이 슬픔’이며 먼저 간 아내 옆에 눕게 될 그 ‘총결산의 시간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세금’을 ‘슬픔’이라 표현했다. 또 남의 죽음이나 소설 따위의 죽음과 달리 아내의 죽음은 ‘무쇠몽둥이로 후려갈기운 듯한’ 느낌이라 말한다.

아내를 잃은 비통함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이 맑으면 또 맑아서 시리게 차오를 터다. 신경림 시인이 이 글을 ‘뭉클’한 글로 가려 뽑은 이유는 어쩌면 당신의 모습과 닮아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시인도 젊은 날 아내를 잃고 긴 시간을 ‘슬픔’이란 세금을 내고 버텨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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