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앵글에 담은 '집시'의 삶...요세프 쿠델카 사진展
[문화.예술] 앵글에 담은 '집시'의 삶...요세프 쿠델카 사진展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2.27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순간의 기록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흰색 말이 허리부분에 안장 대신 줄무늬 천을 덮고 있다. 그 오른쪽에 한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그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정장을 입었다. 그가 말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다. 잘못을 혼내는 모양이다. 말은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듯 혹은 용서해 달라는 듯 꼬리를 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유심히 보지 않으면 꼬리가 잘린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말이나 사람이나 그리 청결해 보이진 않지만 둘 사이의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듯해 푸근한 감정이 느껴진다.

▲ c 요세프 쿠델카 / 매그넘 포토스

요세프 쿠델카의 작품 중 하나인 'Romania, 1968'이다. 쿠델카는 구 소련의 프라하 침공을 사진으로 기록해 유명해진 사진작가다.

체코 출신인 그는 집시들의 삶과 자취를 기록한 사진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60-70년대 동유럽에서 찍은 ‘집시’ 사진전이 송파구의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모두 흑백 이미지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의 사진에는 소수민족 혹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애환이 투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 c 요세프 쿠델카 / 매그넘 포토스

그 자신이 1970년에 체코를 떠나 망명생활을 하며 집시처럼 떠돌이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무국적 사진가였던 그는 1971년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소속 작가가 되어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1975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그 해에 <집시> 사진집을 출간했다. 당시 이 사진집은 한국의 사진가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전해진다.

▲ c 요세프 쿠델카 / 매그넘 포토스

그의 사진은 전통적인 르포나 다큐멘터리 범주를 넘어선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내 사라져버릴 집시라는 공동체와 그들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거침없이 사진으로 담았다.

2016년 12월 17일에 시작된 이번 전시는 올 4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이 전시회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진행되는 것으로, 전시 개막 다음날인 12월 18일에는 요세프 쿠델카가 전시 개막 강연에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일문일답의 시간도 가졌다.

20층에서 사진을 감상한 후 바로 아래 층에 있는 건물 라운지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내려오길 추천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진집이 비치되어 있다. 눈 앞이 탁 트인 하늘 아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사진전의 여운을 느껴보거나 사진집들을 천천히 넘겨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쿠델카의 말이 이해될 것이다.

“나는 끝나고 있는 것, 즉 이제 곧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에 늘 끌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