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시인 네루다와 `할리데이비슨`의 인연
민중시인 네루다와 `할리데이비슨`의 인연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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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를 지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시를 읽고 즐기는 사람의 것" - 이계웅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사장

이계웅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사장과 혁명가 체 게바라의 공통점은 칠레의 민중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빠블로 네루다(1904~1973)와 그의 시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문화의 상징인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코리아 사장이 사회주의자였던 시인을 흠모하고 그의 시를 노래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지만 그것이 네루다의 힘이자 매력이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영화 `일 포스티노`를 통해 우체부의 친구로서 보다 대중에 가깝게 다가 왔던 네루다의 열정적인 삶을 그린 책 <빠블로 네루다>(생각의나무. 2005)는 인간 네루다의 심층적인 내면까지 다루어 눈길을 끈다.

중국 마오쩌뚱의 개인숭배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면서도 소련의 스탈린이 행한 독재와 인권탄압은 죽을때까지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은 사회주의자로서 갖는 고뇌의 반영이다.

또 세번의 결혼과 한 여자로 만족할 수 없어 만난 많은 여인들은 네루다 인생의 동반자다. 두 여인에게 동시에 구혼하였으나 모두에게 거절당했던 청년기, 아내와 연인 사이에서 줄곧 위험한 줄타기를 하며 그들과 잇달아 결혼하였던 장년기, 세 번째 부인의 조카딸과 사랑에 빠졌던 노년기까지 네루다의 여자들은 그의 삶 자체였고 시를 향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네루다는 "내가 쓴 시를 다 합하면 아마 칠천여쪽 가량 될 것이다. 그중에 정치를 주제로 쓴 것은 네 쪽도 채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사랑을 더 자주 노래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네루다는 월북 작가인 상허 이태준에 의해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기도 했다.

이태준은 1951년 베이징의 아시아문학좌담회에 참가하여 네루다를 만난 뒤 "미국 자본가들 밑에 피땀을 착취당하고 있는 칠레 광산노동자들 속에서 시를 써왔고, 제2차 대전 당시에 벌써 미국이 앞으로 파쇼의 길을 걸을 것을 예견하여 미국 청년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많은 시를 썼으며, 미제와 자기 나라 반동정권의 갖은 박해 속에서 세계평화를 위하여 싸워온 시인"으로 평가했다.

또 영화 `일 포스티노`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있으며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엮은 <시가 내게로 왔다>의 제목 역시 이 시에서 따왔다.

네루다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기획된 이 평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시인의 구체적이면서도 생생한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사진 = 칠레 이슬라 네그라에 위치한 네루다의 집)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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