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솝 우화 비틀기 '나그네의 외투벗기기엔 함정있다'
[신간] 이솝 우화 비틀기 '나그네의 외투벗기기엔 함정있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2.08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화의 서사학> 김태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솝 우화의 묘미는 풍자와 해학 속에 담긴 교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아가 또 다른 생각거리로 지적 유희를 선사하는 책이 있다. 바로 40편의 우화를 낯선 시각으로 읽어낸 <우화의 서사학>(문학과지성사.2016)이다.

가령 이솝 우화의 해와 바람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경한 것보다 때로 부드러움이 강할 수 있다’ 정도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로 힘겨루기를 했을 때 힘만 믿고 바람을 불어댄 바람은 서서히 햇볕을 내리쬔 해를 이기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읽자면, '나그네 외투 벗기기’가 과연 정당한 대결 기준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책에 따르면 토끼와 거북이의 빠르기를 가늠하는 달리기 경주와 다르게 애초에 해와 바람의 힘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게 합당한 척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우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해가 힘을 겨루자는 제안을 하며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라는 척도에 응수하도록 바람을 설득한 데 있다. 만약 힘의 측정을 위해 동원된 척도가 다른 것이었거나 바람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힘겨루기의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바람의 패착은 인간의 저항이라는 복합적인 구조를 계산치 못한 채 자신이 이미 규정해놓은 물리적 힘의 관점에서 척도를 이해하고 내린 섣부른 판단에서다.

책은 이밖에 토끼와 거북이의 자만에 빠진 토끼, 개미와 매미에서의 나태한 매미 등 조롱당했던 우화 속 동물들을 다른 시각에서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40편의 각 우화를 낯선 시각으로 읽어내는 방식은 무척 흥미롭다. 지적 유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비틀어 읽기의 즐거움을 전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