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 사회는 거대한 '대리 운전석'...대리운전하는 시간강사 르포
[신간] 이 사회는 거대한 '대리 운전석'...대리운전하는 시간강사 르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2.0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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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대리사회>(와이즈베리.2016)는 저자가 대학이라는 위선의 좁은 공간 밖으로 걸어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계형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느낀 대리기사 노동현장의 르포다.

저자는 대리기사가 앉는 ‘타인의 운전석’을 사회로 확장시킨다. 이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하는 것. 책은 노동 현장의 면면을 씁쓸하지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타인의 운전석’은 행동과 말, 나아가 생각마저 수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공간이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운전하는 내내 그 어떤 것도 내 맘대로 하기 어렵다. 종교·정치적 화젯거리에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손님이 뿡뿡 뀌어대는 방귀에 창문을 먼저 열기도 쉽지 않다.

그가 담아낸 대리운전의 삶은 우리가 ‘운전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 여겼던 통념을 깬다. 생각 없이 뱉었던 “대리운전이라도 해야지.” 따위의 자조적인 말이 궁색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는 대리운전을 위해 책상에 앉았다. 대리기사에게 ‘길을 잘 모르니까’가 변명이 될 수 없고 거리에는 거리의 문법이 있음을 깨달아서다. 지도를 펼쳐 길을 익히고 지명을 살핀다. 인접 도시와 대중교통의 노선을 파악하고 막차 시간을 계산한다. 이는 대리사회의 일종의 기초문법과 같다.

이 책의 정확한 서평은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사다.

“교묘하다면 참으로 교묘한 책이다. 노동, 통제, 소회, 빈곤, 시스템에 관한 쉽지 않은 사유를 그런 재미 사이에 절묘하게 끼워 넣는다. 두 번째로 읽을 때 더 좋은, 드문 책인 것이다. 독자를 반성하게 하면서도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선량한 문장을 존경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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