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은행이 리스크 관리 일환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체감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통화완화정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5년물 금융채(은행채, AAA) 금리가 약 0.5%포인트 올랐다.
이 여파에 5년물 금융채를 기준물로 삼는 은행 고정금리(혼합형) 대출상품 금리도 유사한 폭으로 상승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지난달 말 기준)는 지난 9월말 대비 0.4~0.9%p이나 올라 최고치가 4.7%~4.8% 수준이다. 9월까지 눈에 띄던 2%대 금리 대출은 온데 간데 보이지 않는다.
시장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단 더디게 올랐으나 대출자들의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다. 변동금리의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은행 수신을 비롯한 조달금리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낮게 유지한 탓에 11월 코픽스 상승폭은 전달대비 0.06%p에 그쳤으나 변동금리는 계약체결일 6개월 이후부터 달라지는 만큼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금리 상승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은행에서는 고정금리로 갈아타겠다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높이는 추세 역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가산금리는 현재 약 1.5%로 2010년 초 2.2%에서 2011년 1% 초반까지 하락한 뒤 보합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중반 이후 반등했다.
경기 둔화가 길어진 탓에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선 은행권이 일부 저신용 차주에 대한 가산금리를 높인 것이다.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나 고위험업종 기업의 신용한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을 단념토록 하는 방안이다.
대외 요인과 은행 리스크 관리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바닥을 기고 있는 국내 기준금리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한은은 2014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내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25%로 사상 최저치다. 돈을 풀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돈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원은 "대출금리는 조달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가산금리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