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숭배했던 문학·음악·예술, 나이들면 속 빈 우상일 뿐
[30초 책읽기] 숭배했던 문학·음악·예술, 나이들면 속 빈 우상일 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2.0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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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맛> 로제 그르니에 지음 |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점점 길어지는 인간의 수명은 사랑의 수명보다 훨씬 길다. 우정의 수명도 문학·음악·예술에 대한 취향의 수명보다 길다. 나는 예전에 큰 열정을 느꼈던 작가들에 대해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내 관심사가 달라졌거나 아니면 그 작가들이 표현하는 관심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미 그 작가들을 두루 섭렵했기 때문에 그들과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하게 되어 내가 그 작가들과 맺고 있던 조금은 독점적인 우정(썩 좋은 감정은 아니다)이 훼손된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내 변덕이 그들의 작품을 다시 읽을 용기를 앗아가, 그냥 멀리서 그들을 존경할 뿐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숭배한 신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속 빈 우상들을 숭배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의 맛>(뮤진트리.2016)중에서

마지막 문장은 앞선 긴 사유를 대변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속 빈 우상들을 숭배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대목이 풍기는 묵직함은 무척이나 철학적이다. 시간의 흐름은 삶의 지혜와 통찰을 동반하지 않던가. 이미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니 과거 우상은 그저 속 빈 우상으로 느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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