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지난 3월, 국민의 자산을 불려 노후와 고령화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국내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출시됐지만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내 ISA는 수익의 연 200만원 비과세라는 제한된 혜택과 자금을 장기간 묶어놓아야 하는 비효율성이 발목을 잡았다. 상품 자체의 제약도 문제지만 더 나은 상품으로 윈윈하기 보다 연 1% 남짓 수익을 비교하기 바쁜 국내 금융사, 증권사들의 근시안적인 태도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반해 영국에서는 ISA 돌풍이 일었다. 영국 ISA의 경우 수익 전체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입출금까지 자유로와 편의성이 돋보인다. 1999년 도입된 영국의 ISA는 긴 역사만큼 라인업도 다양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진화해 왔다.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다.
■ 출금 가능한 영국 ISA, 확실한 세제 혜택 눈길
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마련한 특별 강좌에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의 ISA는 국민 2명 중 1명이 보유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올해 기준 납입 누적액이 7000억파운드(한화 100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내 ISA는 일임형, 신탁형으로 구분할 정도로 선택폭이 좁다. 하지만 영국은 출금 가능 ISA 직장 ISA, 퇴직 ISA, 주니어 ISA, P2P ISA, 주택 ISA 등 라인업이 발전해 왔다.
먼저 Flexible ISA는 영국에서 ISA 돌풍을 몰고 온 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게 특징이다. ISA 목적이 장기투자 라고 하지만 살다보면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출금이 불가능하면 중도 해지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편의성을 제고한 상품이다.
세제혜택도 탁월하다. 가령 연 납입한도만 지키면 일시에 자금을 뺐다 다시 넣어도 납입금액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송홍선 연구위원은 "영국의 ISA는 200만원 비과세에 제한돼 있는 한국과 달리, 납입한 만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영국 국민 대상 설문 때 일반 연금 상품보다 선호한다는 응답이 75%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전했다.
■ 다양한 용도의 영국 ISA... 퇴직연금은 기본, 주택자금부터 P2P까지 '고르는 재미'
영국에는 소비자들의 목적을 고려한 다양한 ISA가 마련돼 있다. 먼저 근로자들을 위한 직장(Workplace ISA) ISA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이점은 고용주들도 돈을 부담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고용주에 25%의 보너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퇴직자들을 위한 생애(Lifetime) ISA도 눈길을 끈다. 이 상품은 퇴직연금 목적을 위해 인출을 제한했다. 연간 4000파운드(한화 586만원) 입금이 가능하며 50세까지 납입후 60세가 되어야 인출할 수 있다. 아울러 45만파운드(한화 6억5,976만원) 이하 주택 구입시 인출이 가능한 점도 매우 실용적이다. 남는 돈은 60살 때 빼낼 수 있다.
주니어 ISA도 있다. 영국은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증여를 허용하는 ISA를 만들었다. 계좌개설과 운용은 부모가 한다. 해외는 증여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 비해 열려 있다. 이 상품은 총 5억원 가량 증여세가 면제된다.
P2P 대출을 위한 ISA 상품도 있다. ISA를 통한 P2P대출이 가능한 상품으로, 핀테크 기업에서 하는 LOAN(대출) 상품도 넣을 수 있다. 기대수익률이 6~8% 정도의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이같은 라인업과 각종 혜택, 편의성으로 영국의 ISA는 저소득 40%, 중산층 34%, 고소득 18% 등 전국민이 애용하는 금융상품으로 노후를 책임져주고 있다. 정부도 빠르게 제도를 진화시키고 있고, 금융회사들도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더 나은 수익률을 공개하며 우물안 개구리 경쟁을 하고 있는 한국의 ISA. 영국 사례를 보며 환골탈태 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