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사주 매입'...개미들에 단비일까?
잇단 '자사주 매입'...개미들에 단비일까?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11.16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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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IPO 기관 매도 물량 방어-실적 악화 따른 주가 하락 방어"
▲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 목적이 다분해서 주가 상승의 낙관적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사진=픽사베이)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최근 자사주 매입을 하는 회사가 많다.삼성바이오로직스, 컴투스가 잇따라 회사의 성장성 확신, 주가 저평가를 내세우며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가 부양책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테지만 오히려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부양 이유를 IPO(기업공개) 이후 기관 매도 폭탄 부담감으로 인한 주가 하락 방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컴투스는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폭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보통 자사주 매입은 '큰 손'들의 차익실현 기회가 되고 경영권 방어 목적인 경우가 많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낙관적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물량 부담에 방어 위해 '자사주 매입'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0일~11일 장내 매수를 통해 약 2만주, 28억원 규모(0.03%)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 단가는 14만3784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회사의 성장성에 대해 확신해 사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장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IPO(기업공개) 이후 기관 매도 폭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 부양 의지가 워낙 강하고, 다음주부터 나올 기관 매도 물량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며 시장의 눈길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공모물량(1323만여주) 중 60%인 992만여주가 기관투자자들에게 배정됐는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보호예수를 하겠다고 신청하지 않은 물량은 36%나 됐다.

보호예수는 일정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호예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단기간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가가 비싸다는 시장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눈막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시장에서 공모가 13만6000원이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말이 많아 이러한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주가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업종인 탓에, 뚜렷한 성과가 보일때까지 주식을 중장기 보유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실적이 불투명할 경우 단기간엔 주가가 하락할 공산도 크다.

■ 컴투스, 3Q 실적 15% 감소...주가 방어 차원 자사주 매입  

자사주 매입이 무조건 호재이지 않은 것은 컴투스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난 15일 이용국 컴투스 부사장은 자사주 600주, 총 5146만원어치를 사들여 컴투스 지분 0.005%를 확보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회사가치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컴투스는 신작 게임 출시 지연 우려로 이날 기준 주가가 연중 최저인 8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를 다른 각도로 바라봤다. 최근 게임업의 불투명한 전망과 컴투스 실적 악화로 인한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모 증권사 한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겉보기엔 긍정적이지만 사실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주가가 바로 부양되는 것도 아니고 영향도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컴투스의 최근 실적이 빠지고 있어서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적이 안좋아 주가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컴투스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한 4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자사주 매입 "큰 손 차익실현-경영권 목적이 '대다수'"

전문가는 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개선보다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취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이익소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상장주식수 감소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주 좋은 경우다. 하지만 한국은 기타 목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공격하면 공격권을 방어하기 위해 '백기사'와 같은 목적으로 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백기사란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의 대상이 된 기업이 적대 세력을 피해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제3의 매수 희망자(친구, 아들 등)을 찾아 매수 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 주고 경영권을 넘기는 것을 말한다.

또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기관, 외국인, 헤지펀드들의 차익실현이 크게 이뤄지기 때문에 꼭 주가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는 "가령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몇천억 단위로 매입하면 10조, 100조 규모의 외국계 헤지펀드가 자사주 매입 기간 손해를 보지 않고 차익 실현을 하는 계기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자사주 매입이 반드시 주가 부양, 주가 하락 방어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적인 접근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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