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발전 위해선 자본시장법 '원칙주의'로 바뀌어야
금융발전 위해선 자본시장법 '원칙주의'로 바뀌어야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10.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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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일본 등 금융선진국 시행, 신속한 입법대응·투자자 보호 강화 '장점'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자본시장법이 세세한 규정을 모두 지켜야 하는 '열거주의'에서 포괄적인 원칙을 정해 금융사의 자율을 주는 '원칙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09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금융투자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요 및 규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주제로 열린 특별 강좌에서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법무지원부 부장은 "자본시장법의 열거주의 탓에 금융혁신보다는 금융 사고, 감독 책임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전적으로 법이나 규제를 만들지 않는 입법부, 금융당국에만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미권과 일본 등 금융선진국들은 이같은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규정 중심에서 원칙 중심으로 법 체제를 전환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나 IT(정보기술) 발전 정도에 있어 선진국을 좇고 있으나, 금융투자 부문의 발전은 열세다.

GDP 대비 주식시장의 성숙도는 낮은 편이다. 또한 미래의 골드만삭스나 노무라 증권을 기대해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한 IB(투자은행)를 만들고자 하지만, 주식 매매에만 편중된 수익구조로 제살 깎아 먹는 출혈 경쟁만 일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원칙중심의 자본시장법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칙중심의 자본시장법은 법에서 세부적인 규정을 모두 정하는 기존의 열거주의를 바꾸고, 원칙만 제정하는 것이다.

원칙중심의 자본시장법은 신속한 입법 대응이 기대된다. 김진억 부장은 "그간은 핀테크, 로보어드바이저 등 급변 환경에 신속한 입법 대응이 어려워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막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제조건은 있다. 자율을 강화하는 대신 책임 역시 더 강도 높게 부과하는 것이다. 김 부장은 "금융사가 자율적인 규정을 정하는 대신, 투자자 손실을 범했을 경우 작게는 과징금, 심하게는 시장 퇴출 등 강한 규제를 세울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원칙 중심의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사의 '옥석 가리기'를 위해 필요한 변화라는 지적이다. 박중민 금융투자협회 정책지원본부 상무는 "그간은 금융사들이 새로운 시행령이 없으니 창의적인 업무에 뛰어들지 못하므로 법 제정을 시급하게 해달라는 등 (변명을 하며)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

가령 IB 발전 초기에 IB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으니 기존에 하던 위탁매매에만 열을 올리는 것과 같은 행태다. 하지만 세세한 법을 만들고 고치는 과정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냐는 속담처럼,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앓는 과정은 필요하다.

금융관계자는 "금융당국 내에서 이젠 성숙한 자본시장법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데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금융의 야생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살린 금융사의 발전과 그렇지 않은 금융사를 골라내기 위해 자본시장법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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