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목월이 시를 쓸 때 딸 업은 아내는 밖에서 눈사람이 되었다
[신간] 박목월이 시를 쓸 때 딸 업은 아내는 밖에서 눈사람이 되었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9.1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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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눈사람> 박동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남편의 시 집필을 방해할까 세 살배기 아기를 업고 몇 시간씩 집 밖에서 눈을 맞으며 기다리는 여자가 있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전봇대 옆 큰 눈사람이 된 사람. 박목월 시인의 아내이자 박동규 시인의 어머니 이야기다.

박동규 교수는 <어머니의 눈사람>(알에이치코리아.2016)에 당시 기억을 소개했다. 그가 여섯 살, 어머니 등에 업힌 여동생은 세 살이었다. 어린 딸 울음소리가 행여 방해될까 몇 시간이고 밖에서 서성였던 아내의 배려였다. 한참 후 그가 왜 그렇게 고생했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니 아버지는 밤에 그렇게 시를 다 쓰고 나면 발표하기 전에 제일 처음 나보고 읽어보라고 해”

아버지로서도 아내에게 해줄 수 있던 최선의 배려였으리라. 저자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살려면 적어도 서로 이런 ‘배려’를 통해 사랑을 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가슴 속 어머니에 대한 보석 같은 기억 외에도 가슴을 적시는 따뜻한 이야기 수십 편이 담겼다.

특히, 저자가 소개하는 시와 이에 덧붙여진 저자의 생각들은 우리의 삶의 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를테면 천양희 시인의 ‘실직’을 소개하며 전하는 가족의 의미가 그렇다.

시 ‘실직’은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 숙인 한 엄마에게 다섯 살짜리 딸아이가 던진 질문으로 시작한다.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아이가 고뇌를 알까. 놀란 엄마는 고뇌가 뭔지 되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엄마는 그 기막힌 말에 마음이 와장창 깨어졌다.

저자는 이 시가 가족이 서로 어떻게 고통을 나누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을 알게 하는 시라 평한다. 시의 핵심은 깨어진 마음을 가지고도 서로 다독이는 힘으로 의지하고 살 수 있는 가족이라는 것.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저자의 생각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사람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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