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부회장 비보에 롯데 “정신적 지주였는데...” 침통
이인원 부회장 비보에 롯데 “정신적 지주였는데...” 침통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6.08.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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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압박 부담감 추정...유서엔 “신동빈 훌륭한 사람”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오전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26일 오전 7시 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 한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

시신은 당시 운동 중이던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현장 인근에 주차된 이 부회장 차 안에서 자필 유서가 나왔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9시쯤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롯데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2000억 원대 배임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지난 6월 10일부터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이 부회장이 남긴 유서에는 가족과 롯데 임직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 분량의 유서을 통해 가족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또한 롯데 임직원에게는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썼다.

동시에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는 내용과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는 내용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부회장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고인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한 이래 40여 년 간 근무한 롯데의 산 역사이자, 최고참 전문경영인으로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평생 동안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하신 이 부회장님이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침통해했다.

그룹의 총수인 신동빈 회장은 출근 직후 보고를 받고 말을 잇지 못한 채 비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굳은 표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했는데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던 분이셨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검찰은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정책본부 3인방 중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62·롯데쇼핑 사장)을 전날 소환조사한 데 이어 이 부회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66·사장)도 피의자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다음 수순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 소환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롯데수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며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신동빈 회장의 측근...43년 롯데맨 끝에 부회장까지 올라

이인원 부회장은 43년간 롯데그룹에 줄곧 몸담은 롯데맨이었다. 신격호-신동빈 부자를 지척에서 보좌한 그룹내 ‘2인자’로 꼽혀왔다.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했다. 입사한 해 관리담당 이사대우로 승진, 이후 호텔롯데에서 14년간 근무했다. 1987년 롯데쇼핑으로 옮긴 이 부회장은 관리와 상품구매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이후 1997년 50세의 나이로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이때부터 업무에 대해 매우 꼼꼼한 스타일로 직원들이 어려워하지만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10여년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롯데쇼핑을 크게 키우면서 롯데그룹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 됐다.

2007년에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총수일가를 보좌하는 그룹 정책본부의 부본부장을 맡으면서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람으로 여겨지면서 신동빈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1년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아닌 사람으론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롯데그룹 2인자임을 증명했다. 2015년 벌어진 롯데그룹 형제간의 분쟁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신동빈 회장의 측근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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