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유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다. 그런데 이와 다른 주장이 눈길을 끈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서해문집.2016)은 ‘나무뿌리’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며 그가 타살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래 그림이 바로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이 아닌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마지막 유작으로 여기는 까닭은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감정이 그의 비극적인 죽음과 겹쳐져서다. 그가 자살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이 전하는 내용은 다르다.
책에 따르면 반 고흐 미술관 연구사가 새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본래 반 고흐는 작품을 반드시 완성하는 화가다. 그런데 굉장히 이례적으로 ‘나무뿌리’ 그림은 위쪽만 완성되고 아래쪽은 채색이 덜 됐다. 또한, 테오의 큰 처남 안드리스 봉허의 편지와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두 편지 내용에는 그가 마지막 그림, 완성되지 못한 그림에 대해 ‘나무 덤불’을 그렸다고 적혀있다. 게다가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덤불을 그린 까닭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 ‘좌절을 이겨내려는 발버둥’을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자살했다는 주장을 무가치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곧 죽을 사람이 끝끝내 생명을 예찬하는 그림을 남기려 했다는 말인가.
이밖에도 그의 타살 가능성은 또 있다. 그가 ‘자살은 큰 죄’라 여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그가 총상으로 죽었다는 점이다. 반 고흐는 총에 관해 아무 것도 몰랐고 사고 현장뿐만 아니라 평소 총을 소지하지도 않았다.
그가 사고 장소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숙소까지 피가 철철 흐르는 배를 움켜쥐고 걸었다는 사실도 애초에 자살할 생각이 없었다는 주장의 근거다. 총상 분야 최고 전문가인 미국의 병리학자도 2014년 기록에 남겨진 그의 총상을 타살 흔적으로 결론지었다.
‘나무뿌리’가 그의 진짜 미완성 유작이라면, 반 고흐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죽음이 아닌 ‘생명’의 아름다움이다. 책은 19인의 예술가가 남긴 마지막 작품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