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2] 귀농 15년차 정상순이 밝히는 시골생활의 어려움... 여성 존재감 없고, 일은 더 많다
[저자와의 만남2] 귀농 15년차 정상순이 밝히는 시골생활의 어려움... 여성 존재감 없고, 일은 더 많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6.15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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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 정상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우리는 왜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 걸까?, 시골에 가면 기대돼는 부분이 있는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이 맞을까?”

정상순 저자의 질문에 한 관객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파주도 점점 도시가 돼가고 있는 것 같고, 원하던 원하지 않던 시골 생활에 대해 생각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시골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시골생활은 삶의 본질적인 것,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이라는 것. 이에 대해 그녀는 말했다.

시골생활은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 도시 그리우면 다시 가면 돼 

“사실 저는 장밋빛 미래를 꿈꿔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귀농학교 당시 한 학생이 “황금들판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은 관광객일 뿐이고, 우리에게는 농사지으면서 약도 뿌리고 추수해서 팔아야 하는 비루한 삶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을 때,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왜 안돼느냐?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장밋빛 꿈도 못꾸느냐? 현실적인 문제만 계속 생각할 거면 도시에서 살지 이곳에 왜 내려왔느냐? 꿈이라도 꿔라.”

이 말씀이 저를 움직이는 큰 힘이었어요. 그 말씀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허황되고 실현될 것 같지 않지만 다른 삶이 있을 것 같고, 그 무엇인가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농사도 못 짓고, 땅도 없고, 친척도 아는 사람도 없는데 시골로 가는 게 가능할까? 삶의 형태, 이상, 이념을 옮기는 게 가능할까?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꿈을 꾸셨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삶을 꿈꾸시라는 거죠. 대도시에서 경쟁구도로 사는 삶 말고,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면 때려치우면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 마을에서 살다 다시 올라간 사람도 있지만 그게 실패한 삶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연친화적 삶을 택한 나, 다른 생활방식에 대한 비난은 금물

그렇다면 시골에 살면서 그녀는 뭐가 제일 힘들었을까? 외로움? 텃세? 문화생활? 물론 그녀도 이런 것들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과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귀농 6개월 후에 실상사 귀농학교 동기와 결혼했어요. 결혼해서 세탁기도 안사고 손빨래를 했어요. 시어머님께서 재 손목이 다칠까 걱정도 하셨지만 세탁기를 안사고 계속 버텼어요. 그것이 생태적인 삶이라 생각하고 치약이나 샴푸도 안 쓰고, 빨래비누랑 식초나 죽염을 썼어요.”

하지만 본인이 안 쓰는 건 괜찮은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이 샴푸나 치약을 쓰는 걸 보고 그것을 단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 자연친화적으로 생태적으로 살려고 귀농했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욕하고 있더라는 것.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들을 미워하면서 자신이 잘난 척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세탁기 샀고 치약도 쓰고 김치냉장고도 쓴다.

“정말 중요한 게 뭔가에 대해서, 제 자신에게 여러 번 묻게 되더라구요. 그 궁금증이 많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타인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워진거 같아요. 저 자신을 마주봐야 하는 일, 내가 도시에서 살았던 삶을 깍아내야 하는 일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여성에게 더 힘든 시골생활

-면사무소 '남편 데려와야 공문서 떼줘', '마을행사, 동네어른 집안일에 불려다녀'

그 외 그녀는 시골 살면 텃세도 장난이 아니고, 사람도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 시골생활 초반에 그녀는 너무 외로웠다. 반면 남편은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놀고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시의 친구들과 같이 갔던 식당, 카페, 술집이 너무너무 그리웠다. 지금도 생각하는 건 거기가도 여기와도 결국은 내 문제고, 도시생활과 시골생활이 다른데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말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그녀가 처음 시골 면사무소에 갔을 때는 증명서도 떼주지 않았다. 거래를 하거나 공문서를 뗄 때는 남편을 데려오라고 할 정도. 여자들의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다.

시골생활 초반 2년 동안 그녀는 가방에 목장갑과 호미, 고무장갑을 늘 가지고 다녔다. 마을을 지나다 어른들이 부르면 가서 같이 밭 매고, 설거지도 돕곤 했다.

“그런데 몸이 진짜 아프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살려고 거기 간 게 아니거든요. 온전한 나의 삶을 찾으러 간 거였는데 그곳에는 깨기 힘든 법칙이 있더라구요. 공동체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거 좋아요. 그런데 그거 절대 오래가지 않아요. 처음부터 내가 어떤 인간인지, 그런 것을 정말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인지 보여주셔야 해요.

마을공동체에서 빈번한 강요는 좀더 생각해 봐야 할 일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미덕이고 명분이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폭력적인 면도 있어요. 10년 이상 아무 비판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는 마을행사들도 많아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 즐겁지 않은 일은 가능하면 하지 마세요.”

시골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도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 보다 더 힘들다기 보다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뚫고 나가야 할 게 너무나 많다. 지역에서 가정이나 사회가 계속 이어지려면 반드시 여성의 삶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것 없이는 절대로 유지될 수 없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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