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요양원 치매 어머니의 편지 '나는 아직 여자야'
[책속의 포스트잇] 요양원 치매 어머니의 편지 '나는 아직 여자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19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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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엄마> 오정희·김용택·서민 외| 마음의숲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요양원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횡령, 구타, 사망 등 경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요양원에 입소해야 하는 노인, 부모 입장으로 말이다.

<사랑해요 엄마>(마음의숲.2016)에 이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형식의 이야기다.

“아들아, 기억나니? 처음 네가 나를 요양원에 가두었을 때 난 치매란 이름의 ‘정신없는 것들’하고 산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단다. 사실 내가 그런 환자인데 말이야. 그때 난 조금의 소동을 일으켰지.

요양원 언니들이 내게 환자복을 입히고 파마한 내 머리에 가위를 대려고 했거든. 요양원에서 감히 가위를 대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목욕하고 머리 감기기 좋게 짧게 자르는 거라는데 유대인 수용소도 아니고… 흡사 여자 수인처럼 만들어놓았지 뭐냐 아무리 늙어도 난 여자거든.

보기 흉한 건 둘째 치고 이건 도무지 내가 아니었어. 그러니 내 분노가 어떠했겠니. 난 한바탕 했지. 커튼을 찢고 간호사를 밀치고 머리를 쥐어뜯었지. 그리고 벽에 걸린 TV선을 잡아채 TV를 바닥에 내팽개쳤지. 브라운관의 유리가 박살나고 파편이 바닥에 튀었어. 장관이었다. 장관이었구말구.” (95쪽)

요양원에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보호대상자를 그저 일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요양원의 구조적 문제도 분명하지만, 가족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 문제를 모두 가족 책임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의 해체로 버려지는 아이들, 학교 밖 위기의 아이들, 갈 곳 없는 노인들은 같은 맥락에서 풀어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심과 사회적 보호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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