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시은 인턴기자]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아기 신발 팝니다. 한 번도 신은 적 없음)
이 글을 읽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한 번도 안 신겨 본 아기 신발을 파는 건 불임 부부가 오랜 임신 시도 끝에 아기를 가졌지만 끝내 유산했다거나,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채 죽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닐까. 이 문장으로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은 많지만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매 한가지다.
이 글은 헤밍웨이가 여섯 단어로 소설을 지어보라는 지인의 요구에 내놓은 글이다. 그는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도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포크너의 소설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어려운 단어와 긴 문장을 즐겨 사용하기 때문이다. <말 속 인문학>(페르소나.2016)에 따르면 그는 헤밍웨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헤밍웨이는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단어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포크너의 말을 전해들은 헤밍웨이는 반문했다.
“불쌍한 포크너, 커다란 감정이 커다란 단어에서 나오는가?” (32쪽) 일부 수정.
그는 글을 쓸 때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을 썼다. 중문을 쓰지 않고 1음절 단어를 좋아했다. 빙산의 일각만이 물 위로 드러나듯 헤밍웨이는 독자에게 일부만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상상에 맡겼다.
포크너든 헤밍웨이든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을 두고 잘 쓰고 못 쓰고를 가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짧은 문장과 쉬운 단어는 오히려 그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