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의 방] ② "베스트셀러 절대 안믿어"
[독서광의 방] ② "베스트셀러 절대 안믿어"
  • 북데일리
  • 승인 2008.01.2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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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 부천시 송내동에 사는 이현주 씨

[북데일리] 고된 시간은 ‘책’을 남겼다. 수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가족의 빚 모두를 청산한 이씨. 그에게 남은 건 1천 5백 여 권의 책 뿐 이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책 읽기만은 포기하지 않은 대가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책만은 놓지 않던 이유

소설가 김훈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지만 이씨가 문학 만 읽는 것은 아니다. 인문, 역사, 철학, 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책을 읽는 열혈 독서광이다. 한 때 친구들은 “돈도 없다는 애가 뭐하러 그리 책을 사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씨의 답은 이랬다.

“빚은 내 것이 아니라 남에게 주는 거다. 그럼 지나고 나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비록 현실은 힘들지만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책을 읽으면 그런 허망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나에게 희망을 주는 유일한 존재다”

절망의 순간에 이씨가 자주 펴든 두 책은 <빨강머리 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람을 믿지 못하던 그에게 <빨강머리 앤>은 믿음과 희망을 깨우쳐 줬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른바 ‘오기’를 가르쳐줬다. 이씨는 책 속 대사를 외워 보였다.

“‘다시는 이 전쟁이 끝나면 굶지 않겠어!’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에요. 너무 먹을 것이 없어 남의 밭을 뒤지다 무를 캐먹는 장면이에요. 무가 너무 매워서 기절하다 토하다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외치거든요. 읽을 때 마다 눈물이 나오는 대목이에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자를 보며 이 씨는 삶의 오기를 다졌다. 이처럼 책은 궁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케 했다.

베스트셀러는 신뢰 안해 ... 고전 읽어야

이씨는 베스트셀러를 믿지 않는다. 매월 20만원 어치의 책을 구매하지만 그 중 베스트셀러는 하나도 없다. 대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책, 역사 책, 고전이다. 그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생각을 막힘없이 펼쳐 보였다.

“수많은 책이 쏟아지지만 정말 좋은 책은 몇 안 돼요. 오래 두고 보아도 좋은 것이 좋은 책이죠. 깊이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베스트셀러라고 불리는 책은 상당수가 깊이 보다는 독자의 구미에 맞는 흥미요소를 부각 시킨 것이 많아요. 베스트셀러를 모두 나쁜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는 피와 살이 되는 인문이나 역사, 고전을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그는 책 이벤트에 참여 하지 않는다. 책을 무료로 받으면, 리뷰를 써야 하므로 이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 이는 직접 책을 읽고 고르는 이씨에겐 ‘족쇄’일 뿐이다. 그는 “무료 이벤트를 하다 보면 정작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볼 시간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이씨가 가장 많이 읽고 선물하는 책은 고전. 인류가 쌓아 온 지식의 정수이기 때문. 따라서 버릴 내용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 아무 문제도 풀 수 없어요. 그 해답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고전이죠. 읽다 보면 자신이 해야 할 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요. 나보다 앞선 시대를 산 현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 보면 길이 보이게 됩니다.”

이씨는 추천 고전으로 <논어>를 꼽았다. 이어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라는 대목을 읊으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뜻이에요. 제 몫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내용이에요. <논어>는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최고의 고전입니다.”

  • ③편에 이어집니다.
  • (사진 - 김대욱 기자)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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