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비만은 ‘비만세균’ 때문? '정원 솔새'의 비밀
[책속에 이런일이] 비만은 ‘비만세균’ 때문? '정원 솔새'의 비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0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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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지음 | 조은영 옮김 | 시공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현재 지구는 전체적으로 뚱뚱하다. 세 명 중 한 명은 과체중이다. 아홉 명 중 한 명은 비만이다. 이는 모든 국가의 평균치다.

그렇다면 살은 왜 찌는 것일까? 비만과 과체중은 섭취한 열량과 소비한 열량 사이의 에너지 불균형에서 비롯한다고 생각된다. 이는 과학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는 것.

이런 생각을 깨트리는 사례가 있다. 바로 ‘정원솔새Garden warblers’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 정원솔새는 알에서 부화한 지 겨우 몇 개월 만에 유럽의 여름 보금자리를 떠난다. 6,500킬로미터를 날아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겨울을 보낸다. 어린 솔새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 먼 길을 어미 새의 안내나 지도책 하나 없이도 완벽하게 정해진 루트에 따라 이동한다.

이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정원솔새는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살을 찌워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한다. 작고 날씬했던 솔새의 몸무게는 겨우 몇 주 만에 17그램에서 37그램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사람으로 치면 고도 비만 수준이다.

이 폭식 기간에 정원솔새는 매일 몸무게가 원래의 10퍼센트씩 늘어난다. 살을 충분히 찌우고 나면 어린 솔새는 어려운 지구력 싸움을 시작한다. 겨우 한 줌의 식사로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것. 이렇게 단기간에 살을 찌우려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야 한다. 계절이 여름이라 열매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솔새는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먹이를 건드리지 않는다. 때가 되면 “마치 식탐 스위치가 켜지기라도 한 것처럼” 먹는 데만 집중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솔새를 비롯한 다른 철새의 체중 증가가 단순한 이상식용항진, 즉 과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솔새의 미스터리는 또 있다. 야생이 아닌 인간의 손에 길러지는 정원솔새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여름이 끝날 무렵 야생 솔새가 이동을 준비하는 시기가 찾아오면 새장 속의 솔새 역시 결코 떠나지 못할 여행을 준비하기라도 하듯 살을 찌운다. 그리고 야생 솔새가 목적지에 도달할 때쯤이면 새장 속의 솔새 역시 완벽하게 몸의 군살을 떨쳐낸다. 6,500킬로미터를 날지도 않았고, 또 먹이가 부족하여 굶은 것도 아닌데, 자신의 야생 사촌이 여행을 마칠 무렵이면 새장 안에 있으면서도 저절로 살이 빠지는 것이다.” (99쪽)

새장 속의 솔새는 날씨, 낮의 길이, 제철 과일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가진 게 없다. 하지만 야생 솔새와 똑같이 이동 시기에는 순식간에 지방을 축적하고 이동이 끝날 때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새는 불과 콩알만 한 크기의 뇌를 가진 생물이다. 살이 쪘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단식하거나 미친 듯이 운동에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폭식 기간이 끝나면 원래대로 먹던 만큼만 먹으면서 지낸다. 하지만 먹는 양을 줄인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살이 빠질 수는 없다.(...) 이런 놀라운 체중의 변화가 솔새의 체내에서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섭취한 열량의 차이만 계산해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99쪽)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지 몸으로 들어온 열량과 빠져나간 열량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고 해서 몸무게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비만과 과체중이 섭취한 열량과 소비한 열량 사이의 에너지 불균형에서 비롯한다는 기존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 한다. 칼로리-인calories-in 대 칼로리-아웃calories-out이 솔새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공식인 셈이다. 이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몸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책 <10퍼센트 인간>(시공사. 2016)에 소개된 내용이다. 저자는 솔새의 예를 통해 사람이 살이 찌는 이유가 과식과 운동량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감염에 의해 비만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비만세균’이 있어 비만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사람 간에 전염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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