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성철 스님이 3천배를 요구한 이유는?
[책속에 이런일이] 성철 스님이 3천배를 요구한 이유는?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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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성철 , 법정, 원택 (엮음) 지음 | 책읽는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1993년에 '열반'에 드신 성철 스님. 스님을 뵈려면 누구를 막론하고 불전佛前에 3천 배를 해야 되는 것으로 유명했다. 1968년 한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대학생 수백 명이 법당에서 절을 하느라 흘린 땀으로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옷이 몸에 달라붙어 보기 민망했다.

당시 해인사에 머물던 법정은 이 3천 배와 관련하여 ‘굴신운동屈伸運動’이란 제목으로 불교신문에 기고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여 절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참회와 예배가 지닌 뜻을 되새기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성철 스님께선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젊은 스님들은 발끈하여 법정 스님이 바깥나들이를 가신 틈에 스님 방의 물건을 치워버렸다. 논란이 일자 법정 스님은 서울로 수행처를 옮겼다. 이후 1982년 15년여가 지나 만난 자리에서 법정은 ‘3천 배’에 담긴 의미를 묻는다. 이에 성철 스님은 답한다.

“”3천 배를하라“고 하면 흔히 나를 보기 위해서 3천 배를 해야 한다고 아는 모양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중략)

그래서 이런 말을 합니다. “여기올 때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시오. 나를 찾아와서는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찾아오면 부처님께 절을 하도록 시킵니다. 나는 이익을 못 주더라도 그 기회를 이용해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생각해낸 것이 ‘3천 배’입니다.

단순히 절만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절을 하라고, 기도를 하라고 합니다. (...) 그렇게 3천 배를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심중에 큰 변화가 옵니다. 변화가 오고나면 그 뒤부터는 절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절을 하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남을 위해 절을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그게 자연스러워지고 결국에는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나를 만나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몇 배로 이익이지요. 이것이 제가 지키도록 하는 ‘3천 배'의 속뜻입니다. 나는 이익을 줄 수 없어도 부처님을 따르게 해서 그 사람을 이롭게 하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21쪽)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 사이의 질문과 답을 전하는 <설전>(책읽는섬. 2016)에 나오는 글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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