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삐딱이] 배우 류준열, 그에게 던져진 살인적 ‘일베’ 폭력
[미디어삐딱이] 배우 류준열, 그에게 던져진 살인적 ‘일베’ 폭력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2.2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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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아무리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악의가 담겨 있다면 그건 심리적 살인이다. 그 행위가 온라인을 통해 번진다면 이 행동은 직접적 살인과 다를 바 없는 ‘가치의 살해’로 단계를 올리게 된다. 이 두 문장의 해석은 의미를 어떤 곳에 두느냐에 따라 지금의 사회가 부르는 ‘마녀사냥’의 기본 공식이 될 수도 있고, ‘마녀’ 판별의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아니면 아무런 의도가 담기지 않은 자의적 개념의 자기표현이든 의도는 변질이 된다. 그게 바로 인터넷 세상에서 영원히 안고가야 할 폐단이다.

'응답하라 1988' 이후 핫한 배우 반열에 오른 류준열이 의심을 받았다. 이미 오래 전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문제가 됐다. 이 사진은 당사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엉뚱한 도구로 변질됐다. 당사자의 의도치 않은 무의식적 텍스트 몇 자가 그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수단이 됐다. 결국 이 배우가 갖고 있던, 밝히지 않은 숨은 진심의 가치 살인이나 다름없는 셈이 됐다.

자신의 진심이 살해당한 것은 둘째다. 류준열은 자신의 보이지 않았던 진심의 부정을 뒤로 하고 해명이란 방법을 꺼내들었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 그에게 전한 두 번째 살인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외부 폭력에 그는 해명을 했다. 사과를 받아야 할 스스로가 해명이란 수단을 꺼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중들은 그의 목소리가 아닌 보이지 않는 폭력, 즉 의심의 눈길에 한 표를 던졌다. 이 지점에서 ‘혹시’라는 가장 경계해야 할 단어가 튀어나왔다. 류준열은 순식간에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의도치 않는 지점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삽시간에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그가 무심결에 방송에서 내뱉은 단어가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버렸다. 의도가 됐든 의도가 아니든 그는 대중들이 의심이란 단어가 던져 준 색깔을 입어 버린 꼴이 됐다. 그렇게 그는 보이지 않는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가 원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가 원치 않았던 것도 아니다. 연예인이 ‘공인’이란 범주로 해석되는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그가 감내해야 할 폭력과 살인의 고통인지도 모른다.

류준열은 이 모든 눈길에 “감당해야 할 몫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 스스로에게만 떳떳하면 그만이라고 말이다. 며칠 째 앓고 있던 독감으로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잠겨 있었다. 자신이 받을 고통보다는 자신을 아껴준 대중들이 받았을 ‘고통’이 더 죄송하단다.

배우 류준열, 그리고 그가 극우 성향 ‘일베’ 회원이란 최근 며칠의 논란에 대한 단상이다. 일베 논란이 배우 류준열의 연기 열정을 꺾을지 아니면 류준열 스스로가 꺾일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다.

그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날갯짓을 배우는 어린 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색깔이나 성향이 아니란 점이다. 아마도 류준열에게 이번 논란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다음을 위해 날기 위해 비상의 준비로 나아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날갯짓을 배우는 어린 새 한 마리에게 총을 겨누는 세상의 시선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지금의 며칠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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