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삐딱이] 왜 극장에 가면 '검사외전'만 상영하는지 아세요?
[미디어삐딱이] 왜 극장에 가면 '검사외전'만 상영하는지 아세요?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2.1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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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뜨겁다. 현재 시내 중심가 대형멀티플렉스 대부분을 '검사외전'이 장악했다. 매년 돌고 도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유다. 이 문제의 포인트는 대중의 볼 권리를 박탈하고 선택의 폭을 좁힌다는 점이다. 작은 영화들을 죽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된다는 영화계의 주장도 있다. 매년 언급되는 '스크린 독과점'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을까. 

과정이 문제냐 혹은 결과가 잘못됐느냐에 대한 질문 같다. 가끔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절대 불가능의 명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이 문제의 해법은 없다. 하지만 시작과 발생의 지점은 언뜻 짐작이 된다. 매년 극장가 성수기만 되면 여러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물고 뜯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지난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이 오랜만에 ‘스크린 독과점’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먼저 스크린 독과점의 중심으로 언급되는 영화들은 모두 시장을 장악하는 특급 흥행작들이다. 국내 1000만 돌파 흥행작 가운데 이 굴레에서 자유로운 작품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지난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1418개의 스크린으로 출발했다. 이후 조금씩 스크린 수를 점령해 나갔다. 급기야 늘어난 스크린수는 설 연휴 기간인 지난 9일 1806개가 됐다. 국내 유효스크린수를 대략 2400개 정도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검사외전’이 국내 극장가 75%를 장악한 셈이다.

상영횟수는 더욱 놀랍다. 같은 날인 9일 9422회를 상영했다. 상식적으로 극장 전체가 관객 유동 시간대에 ‘검사외전’ 하나만을 상영했다고 봐도 된다. 이 두 가지 수치가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검사외전’은 자사 스크린을 보유하지 않은 쇼박스 투자 배급작품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독과점 문제’가 CGV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CJ엔터테인먼트 작품이었던 것을 짐작해 본다면 의외다.

사실 ‘검사외전’의 이 같은 ‘스크린 독점’ 논란은 보기에 따라선 앞서 설명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공급은 당연히 증가된다. 2월 극장가는 3월 각급학교의 개학 및 입학 시즌과 맞물리면서 막바지 ‘한탕’ 시즌으로 여겨진다. 설 연휴가 포함돼 있으면 반대로 최고의 성수기가 되는 셈이다. 설 연휴 이후 이어지는 3월 비수기 탓에 별다른 대작들이 몰리지 않는 특징도 있다.

‘검사외전’은 이미 개봉 전부터 ‘예비 1000만’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국제시장’ ‘베테랑’에 이어 ‘히말라야’까지 3연타석 홈런을 날린 황정민과 ‘검은 사제들’로 ‘강동원 장르’를 만들어 낸 강동원의 투톱 콤비가 기대를 모았다. 최고의 호재는 별다른 경쟁작이 없었단 점이다. 전통적인 히트작 드림웍스의 ‘쿵푸팬더3’가 같은 시기 개봉했지만 ‘검사외전’과는 타깃층이 분리되기에 대중들의 관심권 밖이었다.

결론적으로 시장 상황자체가 ‘검사외전’을 위해 판을 깔아 준 셈이 된다. 그 판의 실체는 무엇보다도 국내 투자배급사들의 이른바 배급 전략이 만들어 낸 것도 있다.

국내 영화 시장은 CJ엔터와 롯데엔터, 쇼박스 그리고 NEW 4개사가 4등분을 한 상황이다. 이들 4개 회사 외에 군소 회사가 난립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들 회사를 4대 메이저사로 본다. 이들은 각각 한 해의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각자가 내세울 한 해의 텐트폴(최고 흥행성이 보장된 작품) 개봉 시기를 조율한다. 결과적으로 각자의 수익성 보장을 위해 개봉 격돌을 피하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셈이다.

얘기는 이렇게 되는 셈이다. 관객들은 매년 극장가 흥행 성수기 시즌만 되면 “볼 영화가 없다”며 심술을 부리게 된다. 그 심술을 엿듣게 된 언론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극장가를 장악한 메인 흥행 영화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혼자만 먹고 살려는 나쁜 영화다’며 질책과 힐난을 퍼부은다. ‘스크린 독점을 막을 각 기업의 배급 사업 분리가 해답이다’ 혹은 ‘다양성 영화를 죽이는 상업 영화의 배급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영화계의 비난까지 이어진다.

‘볼 권리’의 실종을 언급하는 언론과 대중들의 비난. 충분히 납득이 된다. 맞는 말이다. 멀티플렉스가 일반화 돼버린 국내 극장 시장의 비상식적인 상영 시스템.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각각의 투자 배급 및 제작사가 만들어 버린 개봉 시기 조율이란 관례가 아닐까. 적게는 10억원부터 많게는 10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의 성공을 위해 동시기 개봉을 피하는 영화계의 개봉 관례가 영원히 깨지지 않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시작이 아닐까.

‘시장에 가면, 채소도 있고 생선도 있고 과일도 있고…’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동요 ‘시장에 가면’이다. 만약 그 시장의 상인들이 담합을 해서 시기 별로 팔 물건들을 조율한다면? ‘시장에 가면 채소도 있고 채소도 있고 채소도 있고…채소 밖에 없네’.

시장은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시장의 균형을 조종한다. 물론 수요가 가격을 조종할 수도 있고, 공급이 반대로 가격을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수요보단 공급자의 논리가 가격 책정에 더 가깝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 풀어낼 해답을 완벽하게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럴 똑똑함도 부족하다. 하지만 어디서 그 시작을 찾아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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