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2호선 '잠실' 이름엔 끔찍한 형벌이
[책속의 지식] 2호선 '잠실' 이름엔 끔찍한 형벌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2.1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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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유광종 지음 | 책밭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지하철 역명에 깃든 유래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낸 <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책밭.2016)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2호선 잠실역, 역명에 중국 사마천(司馬遷)이 당했던 형별을 관련지어 풀어낸 대목이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누에를 쳐서 비단실을 뽑는 양잠이 매우 발달했다. 누에의 씨 잠종을 키우는 곳을 잠실(蠶室)이라 하는데 이곳은 아주 폐쇄적인 공간이다. 누에를 키우기 위해 우선 따뜻해야 하고 무엇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막아 누에가 병균 등에 감염되는 일도 막아야 해서다.

이 잠실이라는 단어의 우선적인 뜻은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지만 다른 뜻이 있다. 중국에서는 잠실이 남성의 생식기를 자르는 궁형(宮刑)과 동의어로 발전해 궁형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에 기여한 이가 바로 ‘중국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마천이다.

사마천은 불행하게도 황제인 무제에게 괘씸죄를 얻어 생식기가 잘리는 궁형을 당한다. 그가 스스로 남긴 한 문장에서 “나는 (강제로) 잠실에 들어가 앉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궁형을 당했다는 고백이다. 그런데 왜 궁형과 잠실이 동의어일까. 이 궁금증은 다음 대목에서 해결된다.

알고 보니 궁형을 당한 사람은 세균 등에 의한 감염에 매우 민감했다. 죄인이기는 하지만 궁형을 당한 사람의 목숨만은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세균 등으로 비교적 안전한 밀폐형 잠실에 들어가도록 했다. 죄인들이 몸을 추스르는 장소로 사용되면서 잠실이 궁형과 동의어로 여겨진 것이다.(54쪽) 일부 수정

잠실에 사마천의 이야기를 더하니 무심코 지나쳤던 역명이 새롭게 다가온다. 역명 이름을 한자로 풀어 관련된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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