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최재천의 ‘거품예찬’...“신뢰란 묻지 마 믿음”
[신간] 최재천의 ‘거품예찬’...“신뢰란 묻지 마 믿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2.0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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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예찬> 최재천 지음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통섭의 아이콘 최재천 교수가 새 책 <거품예찬>(문학과지성사. 2016)을 냈다. 제목부터 특이하다. 보통 거품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언어로 사용된다. 거품예찬이라니 대체 어떤 거품일까.

책은 ‘거품’이라는 키워드를 자연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가 밝힌 서문의 내용에서 책 제목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모름지기 넘쳐야 흐르며, 애써 틀어막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나 일기 마련이고 그런 거품 사이로 삶은 반드시 흘러넘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필경 죽은 시스템이다.(…) 그런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것들이 시들고 사라지지만 넘쳐야 고여 썩지 않고 흐른다.”

자연의 논리에서 거품을 해석했다. 저자가 말하는 거품은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다. 거품 생성은 자연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자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반드시 인간 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자연에서 필요한 거품이 인간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그는 인간생태계를 자연에 담아 ‘인간 간의 신뢰’를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사유한다.

신뢰란 본래 서로 믿고 의지하는 상태를 뜻하지만 신뢰의 정도가 완벽하게 대칭인 경우는 거의 없다. “신뢰받을 짓을 했어야 신뢰하지”라고 말하지만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신뢰받을 짓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신뢰 관계란 내게 충분한 정보가 없더라도 스스로 판단하여 먼저 만들어가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이 자연계에서 협력 관계가 진화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상황으로 여기는 ‘팃포탯Tit-for-Tat,’ 즉 맞대응 관계도 누군가의 ‘묻지 마 믿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234쪽)

자연계가 그렇듯 인간도 협력 관계의 진화를 위해서 때로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말이다.

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가운도 총 133편의 글을 묶어 펴낸 것이다. 생명 진화, 인간과 동물, 배움과 나눔, 교육 및 삶과 죽음, 나아가 사회 전반에 관한 폭넓은 통찰을 담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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