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담아낸 남편의 이야기
사진으로 담아낸 남편의 이야기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2.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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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염소> 오인숙 지음 ㅣ 효형출판
 

[화이트 페이퍼=이수진 기자] 결혼해 살다보면 부부간의 위기가 찾아온다. 이때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인내심과 배려가 없다면 서로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가정까지 위험해진다. <서울염소>(오인숙 지음.효형출판.2015)는 아내가 남편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담한 사진과 간결한 글로 담아내고 있다.

잘 나가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던 남편. 어느 날, 세상살이에 지쳐 아내에게 말한다.

“어릴 때 큰집으로 심부름을 가곤 했어. 산모퉁이를 돌면 묵은 밭 같은 평지가 나오는데 거기 염소 한 마리가 묶여 있는 거야. 그냥 쇠꼬챙이에. 염소는 동그라미 안에 있어. 쇠 말뚝과 동그라미 중간쯤에 앉아 입을 우물거리면서... 그 모습이 어린 눈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 그런데 커서 보니까 내가 딱 그 염소야. 목줄 길이가 회사 가는 거리인 거지.” (4쪽)

남편은 서울염소 생활을 그만 두고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은 낯선 시골로 내려가서 살아야했다. 도시에서 살았던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내는 목줄에 메인 염소 같은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쌍둥이 두 딸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사진으로 이해하려고 했듯이 남편에게 드리운 그늘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나 남편은 달랐다. 온갖 표정을 지으며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남편은 웃거나 화내거가 무표정한, 딱 세 가지의 얼굴 뿐이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얼굴을 가리고 저만치 가버리기 일쑤였고 때론 소리를 버럭 지르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긴 세월이 흐르고 남편은 아이들의 배경에서 자기 삶의, 내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180쪽 ~ 181쪽)

사진은 카메라를 통해 대상을 새롭게 볼 수 있다. 누군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불편하다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는 남편의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은 아내가 바라본 남편의 이야기이자 내 삶이 변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를 찍는 건 결국 나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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