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함은 사라졌는데 노련함은 배우지 못해.. 오지은, 막막한 미래 한숨
씩씩함은 사라졌는데 노련함은 배우지 못해.. 오지은, 막막한 미래 한숨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2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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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오지은 그림 | 이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뮤지션, 배우들도 책을 내는 시대다. 여행서와 에세이가 주를 이루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연예인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에서다. 한마디로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달까.

뮤지션 오지은이 쓴 <익숙한 새벽 세시>(이봄.2015)는 이런 선입견을 가진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대목들이 많은 에세이다.

이를테면 교토를 여행하며 느꼈던 욕망에 대한 단상이다.

“추운 겨울에 외투가 없다면 아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겠지, 그런데 외투를 두 벌 샀다고 두 벌분의 행복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중략)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외투는 진열장에서 이동하여 내 방 옷장에 걸리는 순간 보통의 외투가 되었다.” -37쪽

때로는 시적인 표현으로 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씩씩한 걸음걸이는 이미 사라졌는데 노련한 걸음걸이는 아직 배우지 못했네’ -절름발이

이 대목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첫 장에 밝힌 그의 처지 때문이다. 그는 3집을 내기 전부터 내면의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정확하게 무엇이 자신에게서 떠나가는지 모르는 채 노래를 만들고 녹음을 하고 공연을 하며 음악 세계는 점차 회색으로 변해갔다. ‘어른’의 세계에서 겪는 삶의 건조함이 뮤지션으로 가져야 할 반짝이는 열정과 신선함을 앗아갔던 것이다.

절름발이라는 짤막한 문장은 이런 내면의 변화에 직면해 막 어른임을 인식해버린 자아의 외침이다. 불투명한 내일에 대한 막막함이 묻어있다.

일상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느슨하고 느릿하지만 뮤지션이자 창작인 그리고 사람 오지은이 담겼다. 제법 진솔한 위로를 준다. 책은 준비과정 없이 어느새 어른으로 내몰린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의 적응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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