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 직장인이 자신의 차를 타고 매일 다니던 길로 출근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일까 아닐까. 여러 논란을 던지는 질문이다. 이와 관련한 판례가 있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남편의 사망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보상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다시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했지만, 1심과 2심 대법원 상고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출퇴근 시간이 업무의 연장이냐 아니냐는 논란으로 귀결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펴낸 첫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2015)에 등장하는 판례다. 책은 저자가 직접 관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사회적 의미가 큰 판결들을 꼽아 대한민국과 사법부의 현실을 조명하는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판결은 지금도 쟁점거리다. 이를테면 퇴직금 분할지급으로 불거졌던 퇴직금제도 문제나 삼성그룹의 세습과정이 문제 되었던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사학비리를 살핀다. 또한 안락사와 관련 김 할머니 사건으로 논란이 된 존엄사와 포털사이트의 명예훼손으로 도마 위에 오른 표현의 자유 그리고 종교와 성소수자 차별 등 아직 찬반 격론이 뜨거운 사안을 판결로 포함해 서술한다.
특히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논의, 판결 이후의 변화와 비슷한 외국의 사례를 함께 둘러본다. 이와 관련한 문학작품, 영화 등을 두루 살피는 면은 딱딱할 수 있는 논의를 보다 풍부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다. 책은 법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교양서로 삼을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