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는 액션이다? 대체 무슨 뜻
해인사는 액션이다? 대체 무슨 뜻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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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저 절로 가는 사람> 강석경 지음 | 마음산책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삶에 지칠 때 무심코 내뱉는 말이 있다. 시골에나 가서 살까, 절에나 들어갈까. 이방인들이 볼 때의 삶과 실제 생활은 다른 법. 규율이 엄하기로 소문난 해인사 스님들의 하루 시작을 보면 그 생활이 어떨지 가늠할 수 있다.

“사찰에선 행자와 강원 생활을 중물 들이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 말한다. (...) 해인사는 규율이 엄하고 상명하복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학년 치문반緇門班과 2학년 사집반四集班은 새벽 3시부터 밤 9시까지 분초를 다투는 생활을 이겨내야 한다. 강원 입학할 때 받은 전자시계를 심장처럼 지니고.

2시 50분에 맞추어 놓은 시계가 울리면 관음전의 치문반 스님 전원이 일어나 요 오른쪽 끝 모서리에 놓아둔 적삼과 양말, 행전을 착용한다. 어둠 속에서 감각으로 한다. 이불은 세로로 반 접고 다시 가로로 반 접는다. 요는 삼등분으로 개어 이불 속에 집어넣는다. 장판의 선을 따라 반장이 먼저 갠 이부자리를 놓으면 모두 선에 맞추어 놓는다.

2시 56분 30초까지 이일을 끝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만 법당 종두 소임의 사집반 스님은 2시 반에 먼저 일어나 불전에 다기물을 올리고 촛대마다 불을 켠다.

장삼에 가사를 걸치고 법당 앞에 선 종두 스님의 목탁 소리가 3시 정각 도량에 울려 퍼지면 동시에 관음전에 등이 켜지고 전날의 일력이 넘어간다. 세면을 마치고 도량의 우렁찬 북소리가 울리면 치문반 스님들이 3시 18분 45초에 가사 장삼을 착용한다.

치문반 스님들이 차례로 밖으로 나서서 3시 20분에 관음전 댓돌을 출발하면 2분 뒤 사집반 스님들 역시 ‘기러기가 외줄로 날아가듯’ 법당을 향해 진군한다. 늘 잠이 모자라는 듯하지만 캄캄한 하늘에 뜬 별이 닿은 듯 머리가 일순 맑아진다. 코끝으로 밀려드는 공기도 박하처럼 싸아하다.“ (p.162~p.163)

이후 아침 예불이 진행된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 일과는 21시 삼경에 종이 3번 울리면서 소등이 되고 끝난다. 책에서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발우 받는 법부터 법공양 의식에는 절도가 있어야 한다. 해인사의 정혜 스님이 양동이 밥을 주걱으로 퍼서 발우에 담는 행위는 시중과는 확연히 다르게 액션이 크다.

왼팔의 긴 장삼을 오른손으로 고정시키고 발우를 받는 동작은 무술 같다. 전에 범패를 배웠던 찰중 스님의 습의는 무용처럼 리듬감이 있다. 해인사 법공양이 의식이라는 걸 한눈에 보여준다. 안무가가 본다면 영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정혜 스님은 말한다.

“해인사는 액션이다. 액션이 크다. 그건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p.168)

소설가 강석경의 산문 <저 절로 가는 사람>(마음산책. 2015)에 소개된 스님들의 일과가 죽비처럼 온 몸을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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