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아비투스’ -당신의 취향, 알고보면 계급의식
[책속의 지식] ‘아비투스’ -당신의 취향, 알고보면 계급의식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18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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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교양> 채사장 지음 | 웨일북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는 매일 일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옷을 입고 출근했다 퇴근한다. 혹은 퇴근길 약속이 있어 술을 한 잔 걸칠 수도 있겠다. 이 모든 습관적 행동 패턴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일까? 내 행동과 취향과 선택이 개인적인 것일까? 이에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일관된 행동 패턴으로서의 습관은 계급적이고 구조적인 사회적 환경이 나에게 내재화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으로 쉽게 말하면 특정한 사회 환경에 의해서 형성되는 습관이다.

이를테면 나의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취향이다. 노동자는 새로 나온 최신형 핸드폰이 갖고 싶고, 쉴 때는 TV를 보고 싶고 친구와 편안하게 한잔하고 싶을 때는 소주에 삼겹살이 생각난다. 노동자는 노동자처럼 말하고, 노동자처럼 생각하고, 노동자처럼 행동한다.

이와 다르게 자본가는 새로 나온 최신형 요트를 갖고 싶고, 쉴 때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친구와 편안하게 한잔하고 싶을 때는 고급 술집이 생각날지 모른다. 자본가는 자본가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취향과 성향과 선택은 나의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것이다. 이것이 아비투스다. 사회적 계급과 환경에 의해 형성된 나의 사고와 행동 패턴이다. -327쪽~328쪽 중에서, 일부 수정

현실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한 <시민의 교양>(웨일북.2015)에 따르면 아비투스 개념의 문제는 좋거나 나쁘다가 아니다. 지배적 위치를 점유한 계층이 아비투스를 이용해서 지배를 정당화하고 지배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 있다. 부르디외는 이를 ‘상징적 폭력’이라고 부른다.

이런 폭력이 비단 사회적 계급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 차이에서 발현되는 세대갈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노력하면 그만한 결과가 온다는 옛 세대와 다르게 죽어라 노력해 스팩을 쌓아도 취업의 벽과 대물림 되는 가난을 넘기 힘든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 세대의 개인적 성공에 대한 아비투스는 자녀세대에 상징적 폭력으로 주입된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실패의 문제로 해석하게 한다. 세대 간의 갈등도 이런 개념에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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