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초롱꽃이 일본말? 풀꽃 이름도 창씨개명
섬초롱꽃이 일본말? 풀꽃 이름도 창씨개명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2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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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글 / 인물과사상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섬초롱, 섬나무딸기, 섬제비꽃. 우리풀꽃 이름에는 앞에 ‘섬’자가 붙은 것이 많다. '섬제비꽃Viola takesimana Nakai'의 학명에는 다케시마가 들어 있다. 이때 다케시마는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를 가리킨다. 이 학명을 붙일 당시에는 울릉도가 다케시마였던 것. 다케시마나 뒤에 붙은 나카이는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을 말한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 2015)은 일제의 의해 이름지어진 우리 풀꽃에 관련된 사연을 들려준다. 책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은 사람만 당한 것이 아니었다. 식민지 수탈의 일환으로 일본인들은 한반도의 식물을 채집하고 이름을 붙였다. 그 과정에서 풀꽃들의 이름은 생김새와 전혀 다르거나 저속하기까지 한 이름이 붙게 된 것.

“나카이는 1971년 (...) 울릉도 식물을 채집하고 이곳에서 채집한 식물 학명에 ‘다케시마나’란 이름을 넣었다. (중략) 현재 일본에서는 독도를 다케시마Takesima라고 부르지만 에도시대까지만 해도 울릉도와 독도를 통틀어 다케시마라고 불렀다. (중략)

나카이가 울릉도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종을 채집해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식물에는 섬초롱꽃을 비롯해 섬장대, 섬바디, 섬기린초 등이 있다. 섬초롱꽃은 울릉도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종으로 흰색 꽃이 피는 일반 초롱꽃과 달리 자줏빛 꽃이 핀다.“ (p.18~p.19)

저자의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흥미로운 점은 풀꽃 이름에 ‘섬’자가 붙었다고 해서 모두 울릉도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섬’ 자가 붙었다 해도 섬오갈피나 섬잠자리피, 섬쑥 등은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것.

이제라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풀꽃 이름을 정리할 수는 없을까? 일제 청산을 수행하지 못한 여타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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