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바둑엔 ‘류(流)’가 있다'
조훈현 '바둑엔 ‘류(流)’가 있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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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 바둑뿐일까. 무엇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렸을 것이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인플루엔셜. 2015)에 말하는 ‘류(流)’처럼 말이다.

 [포스트잇] ‘바둑에는 ‘류(流)’라는 것이 있다. 기사마다 바둑을 두는 기풍(棋風)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 각자의 성격과 추구하는 바가 나타난다. 나의 바둑은 제비처럼 빠르고 화려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모험을 무릅쓰는 격렬한 경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창호는 무디고 평범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상대의 도발에도 무한정 인내하며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래서 그에게는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봉수는 진흙탕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은 싸움바둑으로 ‘잡초’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창혁은 두텁고 화려한 공격으로 ‘일지매’라 불린다. 이처럼 튼튼한 바둑 세계를 구축한 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류’가 있다. 이러한 ‘류’는 절대적으로 강한 것이 없다. 서로 맞서 싸웠을 때 어느 류에는 강하게 작용하고 어느 류에는 약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모든 류가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 보완하고 발전하면서 끝없이 진화한다.

 바둑 기사에게 자신만의 ‘류’는 일종의 자아다. 바둑을 어떤 식으로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나만의 선언이다. 그래서 거장들의 바둑 대결은 이러한 세계관과 가치관의 충돌처럼 다가온다. 바둑이 무려 4천 년을 살아남았고 아직도 건재한 이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생관과 삶의 철학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2~33쪽)

 ‘돌부처’, ‘잡초’, ‘일지매’처럼 성향을 표현하는 바둑의 ‘류(流)’처럼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면 삶이라는 거대한 게임에서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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