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신규 분양시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를 찾았다. 지난 19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메르스 감염 우려에도 수많은 내집마련 예정자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다만 문제는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의 안전. 건설업계는 메르스 예방책으로 스마트전신 소독게이트, 열화상카메라, 손 세척기, 손 세정제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내집마련 예정자들은 메르스 예방책을 소홀히 여겼다.
지난 19일 오전 10시경 방문한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메르스 여파는 없었다. 평일 정오 무렵 비교적 이른 시각이지만 모델하우스 밖으로 10m짜리 대기 줄이 3겹으로 늘어섰다. 주차장에는 방문객들의 차가 빼곡히 들어섰다.
메르스 공포로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줄어드는게 아니냐는 건설사의 우려는 기우였다. 대기 시간이 길어져 모델하우스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성남시 야탑동에 사는 최 모(36·여)씨는 "모델하우스 입장 대기 줄이 길어 내부는 구경을 못하겠다"며 "브로슈어만 챙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긴 대기줄을 벗어나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와도 또다시 기다림의 연속이다. 방문객들은 유니트를 구경하기 위해 또다시 줄을 섰다. 유니트 구경을 마치고 상담을 받기 위해 또 번호표를 받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성남시 수내동에 거주 중인 김모(64)씨는 "상담을 받고 싶어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 관람을 끝내고 돌아선 귀가길도 인내가 필요하다. 주차장에 콩나물 시루처럼 정차된 차를 빼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귀가하는 방문객이 주차장으로 몰리면 불쾌지수는 하늘 높이 치솟는다. 더위와 매연, 기다림의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성남시 운중동에 거주 중인 박모(53)씨는 "모델하우스 관람은 30분인데 기다리는건 2시간"이라고 말했다.

이토록 많은 방문객이 몰렸지만 메르스 예방은 시늉에 불과했다.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분양대행사는 메르스 예방책으로 손 세척기 4대와 손 세정제를 준비했다. 손 세척기는 모델하우스 입구에 2대, 입구 옆 카페에 1대, 카페 반대편에 1대가 설치됐다. 하지만 손 세척기를 사용하는 방문객은 없었다. 일부 방문객은 손 세척기를 장식품으로 생각했다. 성남시 정자동에 거주 중인 김모(50·여)씨는 "(손 세척기가)장식품인줄 알았다.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손 세정제 준비도 부족했다. 손 세정제가 모델하우스 내부 화장실에만 비치됐다. 성남시 신흥동에 사는 이 모(34)씨는 "손 세정제 때문에 화장실을 가는건 귀찮아 (손 세정제를)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경 방문한 '부천 옥길 자이'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 문을 연지 5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부천 옥길 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아가는 도로 변두리에는 각양각색의 차가 멈춰 있었다. 주차장 공간이 차들로 가득차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자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도로 변두리에 주차한 것. 부천시 범박동에 거주 중인 김모(44)씨는 "주차할 공간이 없어 20분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몰려드는 방문객으로 교통도 혼잡했다. 부천 옥길 자이 분양대행사는 셔틀버스 4대를 15분 간격으로 운행했다. 하지만 배차시간은 지켜지지 않았다. 모델하우스를 찾는 방문객이 많아 셔틀버스가 도로위에서 시간을 지체했던 것. 부천시 계수동에 사는 최 모(48·여)씨는 "셔틀버스가 역곡역에서 2시 30분 출발이라 시간 맞춰왔는데 23분 지난 53분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도 기다림은 이어진다. 방문객들은 유니트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섰다. 대기줄은 모델하우스 2층에서 1층까지 약 7m 길이로 늘어섰다. 유니트 구경을 마치고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또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한다. 대기인수는 20명이 넘었다. 부천시 삼정동에 거주 중인 김모(36)씨는 "이제 곧 볼일보러 가야하는데 내 앞에 대기자가 7명이나 남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경 방문한 '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모델하우스 문을 연지 6시간이 지났지만 모델하우스 밖으로 20m의 대기줄이 늘어섰다. 모델하우스 외부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로 가득했다.
모델하우스 안에는 유니트를 구경하려고 늘어선 대기줄, 아파트 분양 상담을 받기 위해 서성이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틈 없었다. 부천시 오정동에 거주 중인 박모(54·여)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자꾸 부딪친다.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길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부천 옥길 자이 모델하우스는 앞서 방문한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보다 메르스 예방책을 더 많이 준비했다. 37.5도 이상 고열을 감지하는 열화상카메라와 전신소독을 해주는 스마트전신 소독게이트를 설치한 것.

이 두 곳의 모델하우스 방문객은 모델하우스 관계자 통제아래 한 명씩 스마트전신 소독게이트를 지났다. 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뿌연 소독액이 분사됐다. 게이트를 지나면 옆에서 기다리던 도우미가 손 세정제를 손바닥위에 뿌렸다. 방문객은 손 세정제를 바르고 도우미가 나눠주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모델하우스 관람에 나섰다.

손 세정제도 넉넉했다. 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 분양 대행사는 투명한 칸막이로 나뉜 상담사 자리마다 손 세정제를 준비했다. 비치된 손 세정제만 20여개가 넘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건설사에 못 미쳤다. 손 세정제의 사용은 적었다. 분양 상담자들은 방문객들을 방치했다. 상담사는 아파트 분양에만 힘을 쏟았다.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에 사는 이 모(47·여)씨는 "입구에서 소독도 하고 마스크도 착용해서 (손 세정제)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천 옥길 자이 분양대행사도 모델하우스 곳곳에 손 세정제 15개를 비치했지만 방문객이 손 세정제를 사용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모델하우스 문을 닫는 시간이 다가오자 입구에 준비한 마스크 보관함은 바닥을 드러냈다. 일 때문에 늦게 도착한 방문객은 마스크 없이 모델하우스를 관람해야 했다. 일부 방문객은 입구에서 마스크를 나눠준다는 것조차 몰랐다.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 거주 중인 윤모(76)씨는 "(마스크가)떨어진 것은 몰랐다.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천 옥길 자이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찾아 마스크 수량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