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1. 단 한장의 면세점 티켓을 놓고 14곳의 중소·중견기업이 뛰어들었다. 대기업 면세점 입찰 경쟁(3.5대 1)의 4배에 달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견 면세점이 전체 면세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다. 이에 반해 매출액은 최근 2년간 50%씩 늘어 내수불황을 타계할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해외 브랜드와 협상력이 필요해 수익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2개 중견기업에 면세점 허가를 주었지만 4곳이 적자를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중견기업 면세점 입찰이 경영능력(자금력)과 관리역량에서 판가름 날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능력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는 곳은 가장 먼저 입찰에 뛰어든 유진기업. 유진기업은 레미콘 업계 1위의 건설자재 기업이다. 전통적 비수기에도 3년 연속 1분기 흑자를 내 경영능력면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리역량부문에서는 카지노·호텔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1989년부터 30년간 부산파라다이스면세점을 운영했다. 도전장을 내민 14곳 중 가장 오래된 면세점 운영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입찰에 도전한 곳은 유진기업, 청하고려인삼, 신홍선건설, 파라다이스, 그랜드동대문디에프, 키이스트(서울면세점), 중원산업, 동대문듀티프리, 하나투어(에스엠면세점), 하이브랜드듀티프리, SIMPAC, 듀티프리아시아, 동대문24면세점, 세종호텔이다. 5년마다 재입찰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은 입찰을 따내면 1회 갱신이 허용돼 10년간 운영 할 수 있다.
◆경영능력 유진기업 운영능력 파라다이스 발군..경쟁률 14대 1
면세점 입찰에서 가장 많은 점수가 배정된 경영능력(30%)에서는 유진기업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기업은 국내 레미콘 1위 사업자로 대표 중견기업이다. 전통적 비수기에도 3년 연속 1분기 흑자를 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호황에 따른 성장세가 지속돼 유진기업의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는 부문은 롯데쇼핑 등 유통업체서 30년 이상 근무한 구자영씨를 면세점 대표로 내세워 보완했다. 서울 여의도 엣 MBC 사옥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해 한류면세점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대기업 한화갤러리아가 같은 지역인 여의도(63빌딩)를 면세점 후보지로 정해 한화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다음으로 배점이 높은 관리역량(25%)에서는 파이다이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1983년부터 30년간 부산에서 면세점을 운영했다. 이번에 도전한 14곳 중 면세점 운영 경력이 가장 길다. 아울러 카지노 사업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유치했던 경험이 있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오는 2017년 인천에 들어서는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와 연계하면 더 큰 효과를 낼것으로 전망된다. 파라다이스는 명동 SK건설 빌딩을 후보지로 정했다. 명동에는 같은 중견기업 세종호텔과 대기업 신세계가 도전해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2009년 부산 면세점을 신세계에 팔았다. 면세점 운영경험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면세점을 신세계에 매각한 것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욘사마도 뛰어든 동대문에서 6곳 각축..입지보다 운영노하우에서 희비 갈릴 듯
면세점 운영(경영·관리)능력 외 차별성을 보여주는 입지(15%) 부문에서는 우위를 가리기 힘들다. 욘사마(배용준)가 있는 기획사 키이스트를 포함해 6곳이 동대문에 도전해 각축을 벌이는 탓이다.
다만 나홀로 인사동 본사를 면세점으로 선정한 여행사 하나투어(에스엠면세점)가 차별화로 주목 받고 있다. 인사동은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뛰어든 대기업 7곳과 중견기업 13곳이 도전장을 낸 곳과 겹치지 않는다.
위로는 북촌한옥마을과 경복궁, 아래로는 청계천과 명동, 옆에는 박물관과 호텔이 있어 관광인프라도 풍부하다. 주차장은 부족하지만 교통 접근성은 나쁘지 않다. 하나투어는 전통과 젊은 문화를 융합해 인사동을 ‘제2의 명동’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이번 면세점 입찰에 성공해도 유통공룡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유통공룡에 비해 브랜드 유치와 투자여력 등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재고 물량 리스크 관리 등 면세점 운영 노하우에서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 면세점은 대기업만큼 입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면세점 설립 후 관광객이 유입돼 수익을 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