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유난히 음식에 집착했던 백석
[책속의 지식] 유난히 음식에 집착했던 백석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8.20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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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평전>중에서

[북데일리] 백석이 시에서 유난히 음식에 집착했던 이유는 뭘까. 시인 안도현이 정리한 <백석 평전>(다산북스. 2014)을 통해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는 한 수필에서 “자연이 시골이 아름답듯이 세월도 시골이 아름답고 사람의 생활도 절대로 시골이 아름다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세월과 사람과 생활이 아름다운 곳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현지의 음식이었다. 이때 발표한 시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다음과 같다.

쩔쩔 끓는 구수한 귀리이차, 칠성고기라는 고기, 쏘가리, 따끈한 삽십오도 소주, 시래깃국에 소피를 넣고 두부를 두고 끓인 구수한 술국, 털도 안 뽑은 도야지고기, 모밀국수, 멧도야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 강낭엿, 햇기장 쌀, 기장차떡, 기장차랍, 기장감주, 기장쌀로 쑨 호박죽

소래섭은 <백석의 맛>(프로네시스, 2009)라는 책에서 음식이 단순히 허기를 채워주는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에만 그 의미를 국한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저술가 피셔의 글을 인용하면서 음식에는 인간의 주체를 구성하는 ‘육체’, ‘욕망’, ‘영혼'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간의 ‘안’은 육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욕망과 영혼 또한 포함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밖‘ 또한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신체를 통해 흡수되는 것이 물질이라면, 욕망을 통해 흡수되는 것은 어떤 욕망이나 정서이고, 영혼을 통해서는 그 음식이 지닌 영혼이나 정신이 흡수된다. 음식을 통해 ‘나‘라는 주체를 이루는 모든 것과 외부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백석이 유난히 음식에 집착했던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궁핍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의도도 아니고 음식을 통해 민족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백석에게 음식은 음식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감각을 활용해 시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재료였다. 그는 민족적인 것의 원형, 혹은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시적 열정을 바친 시인이었다. 백석에게 음식은 역사성의 현실적 현현으로서의 의미가 컸다.” (p.216~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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