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가득한 시인의 마음자리
그리움 가득한 시인의 마음자리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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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태주 산문집<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시인의 글에는 밥 짓는 냄새, 된장 끓이는 냄새, 그리고 꽃 내음이 난다. 그의 글에는 찬찬한 힘과 은밀한 즐거움이 들어 있다. 또한 우수와 명랑, 서늘함과 다스함이 혼융되어 있다."-'조국 서울대교수의 추천사중에서
 
[북데일리] 시집 한 권 내지 못하고도 시인이라 불리우는 림태주 시인이 첫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예담.2014)을 내 화제다. 책은 그동안 페이스북에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글과 페이스북 친구들이 추천해준 사진으로 본문을 꾸몄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문장은 저자의 마음자리여서 훈훈하고 아름답다.
 
 곁에 있으면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곁에 없을 때는 심장에 동판화를 새기듯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 사람이 시를 쓰는 이유는 마음을 숨겨둘 여백이 그곳에 많아서다. 사람이 그리는 이유는 글이나 말보다 그리움을 숨겨둘 공간이 많이 때문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생동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p14)
 
 시인이 내린 그리움에 대한 정의다. 어머니에게서 그리워하는 법을 배웠다는 시인의 문장은  사랑이 넘친다. 신이 다  돌아볼 수 없어 서로를 돌보게 만든 가장 작은 지상의 나라 가정은 어떤 곳일까.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져 놓고 간 옷가지들이 저녁이면 옷걸이 위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거나 얌전히 옷장 속에 들어가 있는 이유가 신데렐라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철들지 않은 나 때문에 엄마 몸에서 빠져 나간 철분이 저 흩어진 옷들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아는 것,
 
 빗소리 뒤에 숨어서 한숨을 내쉬는 엄마가 보이거나 자주 창밖의 석양을 내다보는 아빠의 등이 보일 때 그들의 인생을 파먹으며 내가 살아왔다는 걸 고요히 생각해 보는 것,(p84,p85)
 
 책에 따르면 가정은 '우리'라는 말이 처음 사용 된 곳이다. 우리가 우리와 이웃을 맺고 어우려져 살며 나를 넘어 너에게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이며 '사랑의 감옥'이라고 부른다. 저자의 말 다루는 솜씨와 사유는 아들에게 주는 충고에서도 재미와 위트가 넘친다.
 
 "그 애는 어느 아파트에 사니?", "그 애는 몇 등이니?" 무의식중에 아빠가 네 친구를 두고 그렇게 물었다면 너는 그걸 귀담아들으면 안 된다. 아빠가 늙어서 진정한 친구가 없어 외롭게 죽는다면, 그건 아빠의 그러한 영혼 없는 인생관 때문이란 걸 알아채면 된다. 친구를 가리는 기준은 부모의 직업이나 수학 점수 같은 게 아니라 그 애가 평소에 어떤 말들을 하며 사는지, 거짓말로 속이는지,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지 네가 사귀면서 충분히 판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좋은 친구는 네 삶이 기댈 수 있는 신앙과도 같다는 걸 잊지 마라.(p106)
 
 책은 이 외에도 딸, 선배에게 주는 충고, 웃음이 절로 나는 여름하숙집 풍경,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에 관한 글, 은 사람의 마음을 기쁨과 슬픔의 현으로 연주한다. 그가 들려주는 본능적 맬로디는 삶의 희로애락이 들어 있어 페이스북 세상에서 희한한 '소셜 커넥터'로 불리는 걸까. 시집 한 권 내지 않고도 시인으로 불릴만큼 문장은 시적이다. 그의 이력 또한 단연코 시적이다.
 
 저자 림태주는 시인, 책바치, 명랑주의자, 야살쟁이, 자기애 탐험가, 미남자. 바닷가 우체국에서 그리움을 수학했다. 봄으로부터 연애편지 작법을 사사하고, 가을로부터 우수에 젖은 눈빛을 계승했다. 스무 살 무렵의 실연으로 시를 짓기 시작했고 영혼적 성장을 멈췄다. 어떻게 하면 철들지 않고 만년 소년으로 살까를 이리저리 궁리하며 지구별 여행 중이다. 신비한 자신을 몹시 그리워하는 습관이 있다. 황동규의 기대를 받으며 등단했으나 시집은 아직 한 권도 내지 못했다. 어머니의 바람 따라 돈벌이 잘되는 전공을 택했으나 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책바치로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전국적으로 팬클럽이 만들어지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났다. 팬클럽 회원만 600명, 전국에 지역별로 4개의 팬클럽이 주제별 소모임 형태로 구성되어 이제 림태주 없이도 자가발전하고 있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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