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세계금융시장 강자로 급부상
‘국부펀드’ 세계금융시장 강자로 급부상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0.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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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유가 올라가서 부자가 된 중동 국가들이 다시 엄청난 오일머니로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니고 있고, 경제 성장이 큰 중국의 경우도 막대한 수출로 벌어들인 돈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엄청나게 쌓였다. 이런 돈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돈 되는 건 모두 사들이고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투자하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권력관계도 변하게 된다. 지금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머니 매니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치솟는 유가로 무장한 중동 투자자들의 ‘오일머니’.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한 국부펀드가 국제 금융가를 교란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와 함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월 3일(현지시간)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데 따르면 세계시장을 떠도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8조400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1980년 일본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처럼, 이제 미국과 유럽 외 투자자들이 국제자본시장의 시장 질서를 새로 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오는 2012년엔 약 20조7000억달러, 전 세계 연금펀드 자산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부펀드를 보는 평가와 보는 시각이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각국의 국부펀드의 경우 운용의 투명성 부족이 문제시되고 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준비하고 있는 국부펀드 규모는 약 4800억 달러 규모에 달하지만 중국이 주축이 되고 있어서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경우엔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


오일머니의 경우 지난 2002년 이래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산 규모가 향후 5년간 5조9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부펀드에도 오일머니는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가가 내릴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각국의 환율 방어를 위해 나서고 있는 중앙은행들도 ‘큰 손’ 중 하나가 되는 상황이다.


한편 국부펀드와 오일머니의 부동산 투자,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이머징 마켓 투자 등이 이들 자산시장의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은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외환을 운용하게 될 외환투자공사를 지난 9월말에 공식 출범시켰다. 외환투자공사는 1조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이 될 조짐이다.


중국의 외환투자공사의 발족으로 세계적인 국부펀드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부펀드의 규모는 현재 2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등이 각각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조성해 국외에서 사냥감을 찾고 있다.


국부펀드는 운영주체가 각국의 정부 당국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란 ‘검은 손’이 국경을 넘나든다. 투자 동기에 정치적·전략적 고려가 끼어들어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투자대상국의 국가안보도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국부펀드들의 자국 기업 매수에 제동을 거는 입법안을 마련하고,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 또한 EU 차원의 대책 마련을 공동으로 주문하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발끈했다. 1990년대 러시아에 시장개방을 하라고 압력을 넣던 그들이 지금에 와서 러시아의 외국기업 매수를 견제하려 든다면서 ‘보복’ 가능성까지 들먹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국투자공사를 세계적인 국부펀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아래 200억 달러의 펀드 규모를 3년 내 500억 달러, 2015년까지 20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국부펀드는 분명 양날의 칼이다. 국내적으로 민영화와 민간자율을 주창하면서 외국의 민간부문에 정부들이 다투어 투자에 나서는 ‘국경을 초월한 국유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이 또한 세계화의 모순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금융시장은 국부펀드의 등장과 확대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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