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자리에서"…카카오, 물음표 남긴 말말말
"사과 자리에서"…카카오, 물음표 남긴 말말말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0.2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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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비극이지만 IT업계의 불행"
"쪼개기 상장이라고 저는 생각 안 해"
"계속 유효한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
"완전한 이중화 저희는 그 목표 향한다"
단, 금융권 같은 DR시스템 구축은 "신중"
(사진=화이트페이퍼)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최창민 기자, 고수아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SK S&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 사임 및 홍은택 대표 1인 체제로의 전환, 피해사례 접수 등의 사후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종합 국정감사도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앞서 사고 닷새째 대국민 사과에서 남궁 대표와 홍 대표의 일부 발언에도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린다.     

■ 남궁훈 "카카오의 비극=IT업계의 불행" 

카카오는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 먹통 사태의 책임을 안고 사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화 재난대책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추가예산 확보 등에 방점을 두고 재발방지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남궁 대표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관리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책임지던 대표다보니, 사업중심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려왔고 매출이나 영업이익 중심으로 모든 사고가 돌아가기 때문에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것보다 내려와서 오히려 이 사태가 중요한지를 스스로 느끼고 회사도 방향성을 잡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사임을 하게 될지 정말 상상을 못했다"며 "TV를 보면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자들이 많이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사임하는 게 과연 책임지는 것일까 스스로 의문도 가졌었다. 사임하게 된 원인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제 역량을 쏟는 것이 제대로된 사임과 사과라는 판단을 했다"고 부연했다.

남궁 대표는 "사실 일어난 사건은 카카오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IT업계의 불행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는 우리뿐만 아니라 IT업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노력을 할 것이고, 어떤 문제였는지 세세하게 조사하고 우리나라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그런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계기로 플랫폼 관련 규제들이 논의되고 있다고는 하나, 왜 카카오가 스스로 카카오의 비극을 관련업계의 불행으로 보편화하는 건지는 다소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김범수 센터장과의 오랜 인연으로도 유명한 남궁훈 대표는 지난 2016~2021년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역임했다. 올 초 대표 카카오 내정 당시 기존 대표 내정자였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자진 사퇴했다. 공동대표로 연임 예정이던 여민수 대표도 물러났다. 김 센터장은 지난 3월 글로벌 전략 집중 등을 사유로 15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사태를 외국에서도 좀 크게 지켜보는 것 같다. 픽코마와 같은 카카오의 주요 글로벌 서비스도 데이터센터 마비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오는 것 같다. 글로벌 확장 계획에는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글로벌 계획은 경영진들이 모여 방향성을 설정한 부분이라서 그걸로 진행하는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현 상황으로 인해 반성한 부분은 있지만 그런 부분으로 글로벌 확장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고 방법론적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등을 복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카카오 긴급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몇초간 전등이 꺼진 시점의 남궁훈 카카오 대표(왼쪽), 홍은택 카카오 대표. 홍 대표가 당정 협의 관련 질의에 대해 답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 홍은택 "쪼개기 상장이란 말 동의 안 해"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 논란도 물음표로 남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이번 기자회견 질의응답 시간에는 '계열사 쪼개기 상장 안 하실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가 나왔는데,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외부시선과는 거리가 있는 시각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홍 대표에 따르면 카카오는 당분간 단독대표 체제로 유지되고 신뢰회복에 힘쓴다.  

홍은택 대표는 "쪼개기 상장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이 카카오의 주력회사가 아니고 서비스로 키워야 할 맹아가 있을 때 씨를 뿌려 벤처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시키는 길을 걸어왔고 그들이 카카오라는 회사를 벗어나서 똘똘 뭉쳐 회사를 키워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회사들의 대부분 지분은 카카오가 가지고 있어 카카오의 주가에는 계열사의 지분가치가 반영돼있다"며 "쪼개기 상장이라보다는 저희는 밖에 씨를 뿌리고 그걸 키워 상장시키는 방식을 취해왔다. 쪼개기 상장이란 말에는 개인적으로 동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홍 대표는 "그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저희 회사의 규모라든지 사회적 기대 등을 봤을 때 그 방식이 계속 유효한 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 후 재차 '그동안 계열사 사업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경영진 주식 먹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까지 시끄러웠다'며 사회적 책임 강화 계획을 묻는 기존 카카오에 제기돼온 문제점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자 홍 대표는 "이번 사고와 기존의 것은 동떨어진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고객이나 국민들에게 비슷한 일일 수 있다"며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의 안정성이 흔들렸다는 충격이 저희한테 있다. 이 사안에 대한 대책을 살피는 것이 기존에 실망을 안겨드린 사건과 묶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자료=NH투자증권)
(자료=NH투자증권 나무 MTS 캡처)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강경 통화긴축 기조 등에 따라 올해 증시 낙폭이 불가피하게 큰 편이긴 하지만, 카카오페이(-80.06%), 카카오뱅크(-71.66%), 카카오게임즈(-59.25%), 넵튠(-59.32%), 카카오(-57.34%) 등 5개 카카오 계열 상장사의 연초 이후 낙폭(21일 종가 기준)도 상당한 편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5.95%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카카오 손자회자이자 카카오게임즈의 핵심 자회사로 불리는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쪼개기 상장 논란이 점화한 바 있다. 지난 13일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기업공개(IPO) 관련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시기 카카오페이가 우리사주 손실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145억원 규모의 담보금을 지원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일찍이 경영진·임원 등 일부가 호주머니를 두둑히 채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현재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 손실 방지를 위해 각각 100억원대 규모의 대출, 담보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총 340만주를 공모가 9만원에 취득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 3만5200원으로 공모가 대비 손실률은 -60%다. 상장 1년을 맞는 다음달 3일 이후 보호예수가 풀리고 담보금이 부족하면 반대매매로 강제청산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 "이번에 다행인 점, 이중화 영역도 있어"

이번 카카오의 역대 최장시간 먹통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틀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DR센터 구축 자체를 등한시한 결과가 아님을 강조하면서도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한 훈련은 없었던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이중화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중화가 돼 있는 곳은 실제 그렇게 많지 않고 저희는 그 목표를 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완전한 이중화 목표를 향한다는 홍 대표지만 이어진 질의 중 카카오톡과 같은 비금융 서비스도 주 전산센터-재해복구(DR)센터의 이중화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신중론'도 꺼냈다. 

홍 대표는 "DR센터는 저희가 가지고 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렸냐는 개발자들의 작업의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아서다"라며 "금융권은 법에 의해서 이중화의 의무가 있고 돈과 관련된 거니까 뱅크도 그래서 이번에 피해가 없었고, 비금융권에서 금융권과 같은 DR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냐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다행인 점은 저희가 2중 3중으로 이중화 된 영역들이 있다"며 "그런 것들은 안전하게 보관이 돼서 쓰실 수 있고 그런 사례가 이번 피해신고를 기반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내일(24일) 예정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감 증인 출석 명단에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포함됐다. 

김범수 센터장은 작년에도 국감장에 섰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그는 "카카오의 모든 공동체가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카카오는 다른 플랫폼 진출 사업자들의 모범이 되는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이 자리 서게 된 것을 곰곰이 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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