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 10건 중 4건은 '집유'…양형기준 손봐야 유출 막는다
산업스파이 10건 중 4건은 '집유'…양형기준 손봐야 유출 막는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10.0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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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술유출·침해행위 처벌 규정 검토와 정책과제'
법규로는 최대 징역 15년, 양형기준은 6년에 그쳐
"별도 범죄 군으로 분리해 양형기준 설정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기술 유출 범죄를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인 기술 패권주의가 확산하면서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막고 첨단 산업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낮은 수준의 양형기준을 손보고 전문기관을 설치해 피해 규모를 산정, 양형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기술 유출 범죄를 엄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현안 해결 방안이다.

■ 법규 강화됐지만…"실제 선고 형량 매우 가벼워"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집행유예(39.5%)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무죄(34.6%), 재산형(8.6%), 유기형(6.2%) 순으로 집계됐다.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처벌 수준은 상당히 낮다는 분석이다.

전경련 의뢰로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를 연구한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가 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을 국내외로 유출하면 받는 처벌은 강화된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먼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했다.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다만 실제 판결할 때 적용하는 양형기준이 맹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에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가 적용된다. 각 유형은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을 유출하거나 침해한 행위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한 행위를 제1유형으로,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산업기술을 유출하거나 침해한 행위를 제2유형으로 구분한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의 양형기준에는 2유형이 적용된다.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한 최대 형량은 6년이다. 강화된 해외 유출 처벌 규정인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 "피해액 산정 위한 전문기관 설치해야"

보고서는 강화된 법률 개정 내용이 실제 법원의 판결에 반영되려면 경제 안보와 관계되는 기술 유출 범죄에 적극적인 양형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 등은 유출되면 일반적인 영업비밀과 달리, 국가 경제 전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별도의 범죄 군으로 분리해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 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기술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술 유출과 침해에 따른 피해액 산정을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술 유출 사건은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 출시 직전인 제품과 관련한 것이 많아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해 10월 선고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례 가운데서는 유출된 기술이 어느 정도로 현지 업체의 특허등록에 기여했는지 산정이 어려워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이 선고되는 데 그쳤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기술이 유출돼 피해를 본 회사의 손해가 현실화했는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같은 수준의 형량이 내려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례에 비춰 전문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기술의 내용과 가치를 평가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피해액 산정과 양형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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