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전금법 개정안...금융업계 “지금 ‘알력다툼’이 중요한 게 아닐세”
‘뜨거운 감자’ 전금법 개정안...금융업계 “지금 ‘알력다툼’이 중요한 게 아닐세”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2.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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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vs한은, 개정안 ‘빅브라더’ YESorNO 공방...‘네이버특혜법’ 비난까지
전금법 개정안 ‘나올 게 나왔다’지만..반대도 환영도 못하고 ‘긴장’
감독기관이 누가 되든..생존전략 구상해야
(왼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은행·카드 등 금융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정안 내용 전반이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결제 시장을 놓고 벌어질 ‘밥그릇 싸움’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지는 않는다. 빅테크사들의 영역이 점차 확대하는 만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 다만 금융업계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 vs 한은, 개정안 ‘빅브라더’ YES or NO 공방...‘네이버특혜법’ 비난까지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한국은행 등 정책기관 간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특혜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찬성하는 금융위와 반대하는 한국은행이 치열한 ‘빅브라더(개인 감시로 사회를 통제하는 것)’ 공방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노조, 금융정의연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유관단체들까지 가세하며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전금법 개정안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팽팽하게 맞서는 부분은 ‘청산 업무’의 감독을 누가 하느냐다. 특히 한은은 중앙은행 고유 권한인 지급결제 운영 권한이 금융위에 넘어갈 것이라며 전금법 개정안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청산 업무는 금융결제원(금결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는 청산 관련 항목에서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허가권을 한은이 아닌 금융위에 부여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나아가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업무규정 승인부터 허가 취소, 제재 권한 역시 금융위가 갖게 된다. 또한 빅테크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하도록 의무화 금융위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위에 “빅브라더”라고 비판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하며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역시 ‘빅브라더라’는 의견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결국 국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처리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3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 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일명 '네이버 특혜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전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빅테크인 네이버파이낸셜 등의 사업구조를 유리하게 해주는 꼴이란 비판이다.

전금법 개정안 ‘나올 게 나왔다’지만..반대도 환영도 못하고 ‘긴장’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 속에서 은행·카드 등 금융권은 정책기관의 ‘알력타툼’보다는 업계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감독기관이 누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을 수있는 전략을 구상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27일 국회 정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이는 금융위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 후행하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등 신규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마이페이먼트는 이용자의 결제·송금 지시를 받아,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업종이다. 금융위에 등록해야 하며 최소 자본금 규모는 1억5000만원 이상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결제·송금 뿐만 아니라 자체 보유 계좌에 기반해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입 등 디지털 결제서비스를 일괄 제공할 수 있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는 은행이 아니어도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업이라면 누구나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된다. 빅테크나 핀테크 기업이 준(準) 은행이 되는 셈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통해 규제받는 것과 달리 빅테크는 전금법을 적용받아 사실상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전금법의 경우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기 한참 이전인 지난 2006년 만들어졌다. 몇 차례 개정 작업이 이뤄지긴 했지만 각종 페이가 활발한 오늘날의 금융거래 진화를 담기에는 부족했고, 이는 오히려 페이 활성화의 지름길로 작용한 셈이 됐다.

금융업계는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다른 기준을 적용받다 보니 최근 수년간 불만을 토로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전금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전금법 개정안의 초안이 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금융권에 대한 규제도 다소 완화됐다. 예를 들면 ▲은행의 플랫폼 진출 확대 ▲빅테크 기업의 오픈뱅킹망 운영 비용 일부 부담 ▲카드사·빅테크 종합지급결제업 허용 등이다.

다만 금융권은 금융권에 약간의 규제를 풀어줬다고 해도 ‘동일 규제’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진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일하게 계좌 발급이 가능한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인가를 받으려면 각각 1000억원, 25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은행들은 지배구조, 건전성 등 여러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 명시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 ▲2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충분한 전문 인력과 전산 설비 등 물적 시설 등의 조건을 갖추면 된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되지만 진입 허들은 은행권보다 현저히 낮은 셈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때문에 전금법 개정안을 환영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변화하는 결제시장의 흐름에 맞는 것이라고 본다. 금융권은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치열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그렇다고 개정안에 담긴 조항들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는 규제 받는데 왜 저들은 안 받아?’식의 배가 아프다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동일한 사업을 하는 그들에게 리스크가 발생하면 전 금융사에 모두 전이되고 이 리스크는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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