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본 금융그룹 현실은...“현실 직시, 고정관념 탈피, 혁신”
수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본 금융그룹 현실은...“현실 직시, 고정관념 탈피, 혁신”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1.01.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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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위협이 된 빅테크와의 경쟁 또는 협력 등 관계설정에 방점
2021년 빅테크 금융업 진출 본격화...“고정관념 버리고 혁신해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회장. (사진=각 사)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회장. (사진=각 사)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국내 4대 금융그룹 수장들이 내놓은 신년사는 ‘플랫폼 경쟁력 강화’다. 개방, 혁신, 고객 등이 주요 키워드였던 예년과 달라진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는 올해 빅테크·핀테크와의 무한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자칫 단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금융시장 선점 우위를 지켜내기 위해 자체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에 나서면서도 빅테크·핀테크와의 협업을 통한 우회로를 택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사가 빅테크와 경쟁하면서도 시장 우위를 지켜내기 위해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등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위기감 팽배한 금융그룹 수장들의 신년사...현실 위협이 된 '빅테크'와의 관계 설정 및 도전에 방점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 수장들의 신년사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디지털 경쟁력 제고’라는 키워드는 금융그룹 수장들의 최근 몇 년간 주요 경영목표 중 하나였기에 딱히 새롭거나 이례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신년사 전반에 특정 분야로 인한 ‘위기’, ‘변화’, ‘생존’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다는 점에선 주목할만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는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업권의 붕괴로 인한 다수의 경쟁자 등장, 국내시장의 포화와 규제의 심화,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이자이익 기반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게다가 핀테크를 넘어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에 대한 공세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금융권이 일상적인 변화가 아닌 기업의 생과 사가 결정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전략의 첫 번째 방안으로 ‘플랫폼 금융’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플랫폼 금융'은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라며 “플랫폼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시장과 같은 공간으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플랫폼은 업권의 경계를 무너뜨려 사업간 융합을 촉진시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하여 고객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그룹의 ‘디지털 1등’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과거에 금융업은 사람과 서류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인지(人紙)산업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인디(人Di) 산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사람과 디지털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최첨단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특히,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으로, AI와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플랫폼을 혁신하고 디지털 넘버원(Digital No.1) 금융그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속한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핀테크와와의 협력을 당부했다. 조 회장은 “고객과 시장이 인정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업(業)의 경계를 뛰어넘는 일류(一流)의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핀테크·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가속화되는 변화와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빅 블러(Big Blur)의 시대 흐름 속에서 대변화의 시대가 오히려 호기임을 인식하자”면서 “KB금융만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 2021년 빅테크 금융업 진출 본격화...“고정관념 버리고 혁신해야”

금융권은 올해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함에 따라 고객 접점 경쟁은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은 업종 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면서 누가 적인지 가려내기조차 어려운 위기에 놓일 것으로 금융권은 진단하고 있다.

금융권의 최대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올해 본격화된다. 마이데이터는 은행·보험·카드사 등이 개별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의신용정보를 모아 금융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련 사업자 허가를 받은 금융사는 여러 기업과 관공서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 육성을 위해 오는 2월부터 자유업에서 허가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1차 예비허가 심사에서 허가를 받은 곳은 신한·국민·우리은행 등 전통 금융회사들과 네비어파이낸셜 등 빅테크 계열사,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운영사) 등 핀테크가 포함됐다.

이미 금융권 전반에 확대된 오픈뱅킹 서비스에 이어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된다면 전통 금융사의 플랫폼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주는 방안을 논의함에 따라 여러 시도는 해볼 수 있겠으나 금융권의 시도가 시장에서 얼마나 잘 먹힐지는 가늠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에 진입한 것처럼 은행도 음식 주문, 부동산 서비스, 쇼핑 등 금융·생활 플랫폼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은행권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막대한 회원 정보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이 통장 개설 및 결제 같은 전통적인 금융 영역까지 침범하자 위협을 느낀 은행권은 같은 금융서비스를 취급하면서도 규제는 은행만 받는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고 금융당국이 전통 금융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플랫폼 사업 영역 확대가 어떤 서비스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은행권은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에 엄청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네이버 등 하루에 수십번씩 이용하는 빅테크 플랫폼과는 달리 하루에 한번도 이용하지 않던 은행 앱을 사용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다. 다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고객을 유인할 만한 당근이 제시돼야 하는데 이를 얼마나 잘 구현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간편함을 추구한 카카오가 기존 은행권이 고수해온 방식을 전부 바꾼것처럼 은행권도 혁신을 통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다만 기술 차이나 전통 금융사들의 고정관념 등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전통 금융사가 빅테크 기술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빅테크가 금융권을 쫓아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진부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혁신만이 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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