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융뉴스 돌아보기 下] 금융그룹 디지털화 ‘광풍’...빅테크와 경계는 모호 경쟁은 치열
[2020 금융뉴스 돌아보기 下] 금융그룹 디지털화 ‘광풍’...빅테크와 경계는 모호 경쟁은 치열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31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영업·업무 전반을 AI가...코로나가 불러온 금융권 변화
점차 모호해지는 금융사와 빅테크, 금융권의 명과 암
올해 금융그룹은 디지털화에 주력했다. 이런 기조가 확대될수록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등 업종 간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는 모습이다. 금융권과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금융그룹은 디지털화에 주력했다. 이런 기조가 확대될수록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등 업종 간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는 모습이다. 금융권과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2020년 금융권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를 토대로 행해진 고강도 금융당국 규제 등 어려움이 많은 해였다. 거대 금융사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는 라임자산운용 등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풍비박산이 났고, 실적 방어는 코로나19 창궐로 더욱 어려웠다. 그럼에도 금융그룹들은 성공적인 실적을 실현했다. 2020년 갈무리에서 올 한해 금융권이 맞이했던 각종 위기와 논란, 그리고 핵심쟁점을 짚어본다.

인사·영업·업무 전반을 AI가...코로나가 불러온 금융권 변화 ‘광풍’

올해 금융권은 라임사태 및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른 ‘포스트 코로나’ 대비로 분주했다. 직원 인사부터 영업·업무 환경까지 모두 빅데이터를 활용, AI(인공지능) 강화를 통해 금융권은 디지털화에 주력했다.

금융그룹 중 디지털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그룹이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3월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인공지능 후견인 제도를 도입했다. 조 회장은 디지털 후견인 제도 도입으로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를 비롯한 디지털 핵심기술과 헬스케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현업과제 발굴, 사업성 점검 등 종합적인 제도 관리 지원을 담당 그룹사 대표가 직접 추진하도록 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디지털 플랫폼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금융은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을 위한 그룹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기존 디지털혁신총괄(CDIO, Chief Digital Innovation Officer)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Chief Digital Platform Officer)로 변경했다. 디지털플랫폼총괄은 그룹 디지털플랫폼 혁신뿐 아니라 디지털플랫폼 내 고객경험(User Experience) 개선과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역할까지 담당한다. 진정한 고객 중심 금융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9월 창립 12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KB만의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넘버원 금융 플랫폼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5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그룹차원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새 슬로건으로 ‘디지털을 최우선으로 모든 것을 바꾸자(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를 내걸었다. 고객 관점의 아이디어나 급변하는 트렌드를 제안하고 반영하기 위해 책임자급 직원 중심의 젊은 조직인 ‘블루팀’을 신설했다.

금융그룹의 디지털화는 은행권의 주도로 강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9월 IT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패널위원회를 출범했다. 패널위원회는 제3자의 시각에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굴하는 등 향후 금융 IT의 전망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KB국민은행의 IT 특화지점인 'KB 인사이트' 직원과 ICT 기업, AI, 보안, 교수, 변호사 등 각 분야의 최고전문가로 구성됐다. 패널위원회에서는 ▲디지털 금융 ▲IT인재육성의 공통주제와 ▲AI·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플랫폼 ▲영업점 디지털화 등 4개의 개별주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권 최초로 AI를 통한 직원 인사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1100여명의 영업점 직원 인사이동을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실시했다. AI 인사를 통해 지원별 근무지가 최적화됐고 영업점 내 동일한 직무의 팀장·팀원이 동시에 인사가 나면서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못한 부작용도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후견인 제도 중 AI 분야를 맡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9월 인공지능 기술을 전담하는 조직 ‘AI통합센터(AICC)’를 출범시키고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인력도 기존 10명에서 50여 명 규모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은행장 직속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어나갈 리더로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 등 외부인재를 영입했다.

증권가에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변화가 일었다. 지점 방문을 꺼리는 고객이 늘자 모두 비대면 계좌개설 채널 확대는 물론, 전문인력을 투입해 비대면 상담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KB증권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구독경제모델을 도입한 ‘프라임클럽(PRIME CLUB)서비스’를 출시했다. 프라임클럽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한 달에 구독료 1만 원을 내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마블(M-able)’을 통해 필요한 투자정보와 유선상으로 프라임 프라이빗뱅커(PB)의 컨설팅까지 이용할 수 있다. PB들도 각 영업점 및 투자정보 파트에서 오랜 기간 투자자문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KB증권에 따르면 프라임클럽서비스는 유료임에도 꾸준히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증권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인 평가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언택트 고객층 유입을 위해 전화 한 통으로 투자 상담과 맞춤형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경력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로 구성된 전담팀을 마련, 집중 상담을 진행했다. 우선 언택트 고객 전담 상담팀은 ▲비대면고객이 PB와 투자상담을 원할 때 대응하는 디지털상담팀 ▲스스로 투자판단을 하는 자기주도형 고객대상으로 맞춤형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FM(Financial Manager) 1·2팀으로 나뉜다. 여기에 소속된 52명의 PB는 전화상담을 통해 비대면 고객들이 주식투자를 문의하면 답하는 형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활짝 열렸고 금융권의 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거나 고객 서비스가 더 빨라지는 등 현재까지는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점차 모호해지는 금융사와 빅테크, 금융권의 명과 암

금융권의 디지털화로의 탈바꿈이 확대될수록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등 업종 간 경계는 점차 모호해졌다. 이러한 경계는 금융당국의 은행권 플랫폼 사업 영역 확대 등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형평성 논란 해소 방안이 추진됨에 따라 더욱 흐릿해질 전망이다. 이는 금융권에 득과 실을 함께 안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르면 내년 1월, 금융사들과 빅테크·핀테크 업체들 간의 규제 형평성 논란 해소 방안을 보강한 금융당국의 종합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열리는 ‘디지털금융협희회’는 올해 안에 다시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취소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디지털금융협의회 5차 회의를 통해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 확대 ▲신용카드사 종합지급결제업 허용 ▲빅테크의 플랫폼 영업 규율체계 마련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 형평성 제고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지분 취득 제한 완화 ▲오븐뱅킹 참여 주체간 비용분담 형평성 제고 등의 방안을 냈다. 이는 그간 정부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정책에 의한 금융권의 역차별이 대거 완화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권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방안은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 확대다. 거대 수익원으로 이어질 것이란 큰 기대는 없지만 금융소비자가 현재보다 더 많이 은행을 이용하게끔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 영역 확대가 어떤 서비스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네이버 등 하루에 수십번씩 이용하는 빅테크 플랫폼과는 달리 하루에 한번도 이용하지 않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은행 앱 사용 빈도를 현재보다 올릴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하는 종합지급결제업이 빅테크에 열리는 점은 은행권의 독점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그동안은 빅테크 기업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과 제휴로 계좌를 연동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한 모든 금융권과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하는 오픈뱅킹으로 은행의 수수료수익 및 ‘락인 효과(Lock-in effect)’는 감소할 전망이다. 은행과 빅테크·핀테크 형평성을 맞춰가는 흐름이 은행권에 득과 실 중 무엇을 더 가져다 줄지 아직 미지수지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내놓은 방안들은 금융사가 받던 역차별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방안에 따라 기회와 위기가 함께 오겠지만 기회는 최대한 극대화하고 위기는 잘 이겨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